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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의료진 “방호장비 없이 병실로… 공포감에 울면서 진료”

입력 | 2020-02-12 03:00:00

의료진 1000명 넘게 감염 추정… 병원마다 의료진 감염 심각한 수준
리원량 등 최소 7명 목숨 잃어… 장비 부족에 인력 모자라 이중고
“환자 사망 자책… 고립된 공포 커”




中 임시 병동에 수용된 확진 환자들… 퍼즐 맞추고 운동도 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들을 격리하기 위해 만든 임시 병동에서 한 환자가 무료함을 달래려는 듯 루빅큐브를 맞추고 있다(왼쪽 사진). 앞서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지자 우한 내 경기장과 대형 전시장 등에 병상 총 3400개를 설치했다. 오른쪽 사진은 환자들이 임시 병동 안에서 단체 운동을 하는 모습. 11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 수는 4만2000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우한=신화 뉴시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있는 후베이성 제3인민병원 호흡기과 의사 후성(胡晟)은 몰려드는 환자에 지난달 8일부터 발열과 진료 책임을 맡았다. 매일 1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해온 그는 “10년 동안 진료할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를 다 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보름을 보낸 뒤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날인 지난달 23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새하얗게 변한 자신의 폐가 찍혀 있었다. 주변의 동료 의사와 간호사들 모두 통곡하고 말았다.

11일 현재 제3인민병원에서만 30명 이상의 의료진이 감염됐다. 호흡기과 병동 4곳 가운데 2곳에서 이 병원 의료진을 치료하고 있다. 후성의 아내는 우한시 적십자병원 부속병원에서 일한다. 그는 “적십자병원 의료진 6분의 1이 감염됐을 것”이라고 중국 징지관차(經濟觀察)보에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발생지인 우한의 의료진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사선에 내몰렸다. 설비, 물자, 인력 부족의 삼중고에 빠진 우한 의료진이 처한 생명의 위험과 심리적 공황의 실상이 심각하다고 현지 의료진이 증언했다.

우한대 런민병원 의사 위창핑(余昌平)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만 의료진 9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우한시 제7병원 집중치료실(ICU) 병동에서는 의료진 3분의 2가 감염됐다. 이 병원의 한 의사는 “감염을 분명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방호 장비 없이 진료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우한시 중난(中南)병원 의사 펑즈융(彭志勇)은 “방호 장비 없이 병실에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라고 지적했다. 난팡두스(南方都市)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위험성을 처음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비롯해 지금까지 최소 7명의 의료인이 감염이나 과로로 사망했다. 징지관차보는 우한에서 의료인 최소 501명이 감염됐고 의심 사례까지 합치면 1101명에 달한다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감염된 의료인이 1000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 발생 이후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심리학 전문가 루린(盧林)은 21세기경제보도에 우한시 병원의 중증환자 병동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전했다. “동료들이 많이 감염된 데다가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환자들을 돌보다 보니 세상에서 격리됐다는 공포감과 고독감이 신종 코로나 환자들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심리상담사 우즈훙(武志紅)은 중국 경제전문지 차이신(財新)에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공포감으로 가득 차 울기만 하는” 한 남성 의료진의 상황을 전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우한시는 모든 주택을 봉쇄해 관리한다는 초강경 방침을 내놓았다. 시민이 현재 거주하는 주택 단지 바깥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더 이상의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우한 내 인구 이동을 완전히 차단하는 극단적 처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의 장진(張晋) 당 서기와 류잉쯔(劉英姿) 주임을 나란히 면직했다고 중국중앙(CC)TV가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꼽히는 왕허성(王賀勝) 후베이성 신임 상무위원이 당 서기와 주임을 겸직할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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