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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재고 방출에 마진 폭락… 정유4社 실적 33% ‘뚝’

입력 | 2020-02-11 03:00:00

업황 악화에 신종 코로나 겹쳐 울상
최대 수입국 중국 소비 줄면서 상반기 수출물량 급감 가능성
여행 위축에 항공유 수요도 줄어
“사업구조 과감한 전환 필요” 지적




지난해 업황 악화로 저조한 실적을 낸 국내 정유업계 4사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유제품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데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운항 축소로 항공유 소비량까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유업계 4사 실적 일제히 하락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연결 재무제표)은 3조1202억 원으로 2018년 대비 32.7% 감소했다. 정유업계 4사의 총 영업이익이 2016년 7조8738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3년 만에 실적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회사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6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28.7%, 에쓰오일은 29.7%, 현대오일뱅크는 21.0% 줄었다.

정유업계 4사의 지난해 실적이 일제히 나빠진 것은 정제 마진이 하락한 탓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 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안팎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제 마진은 월간 단위 집계 기준으로 7∼9월에만 4.5달러를 넘겼을 뿐 지난해 12월에는 18년 만에 오히려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정유사가 사들인 원유 값보다 가공유 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어 기업은 수출할수록 손해를 본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 재고가 쌓인 석유제품이 대량으로 나오면서 정제 마진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떨어져 국내 정유업계가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 “신종 코로나 엎친 데 덮친 격”


정유업계는 올해 상반기(1∼6월)를 최대 위기로 꼽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의 석유 소비가 줄면서 국내 정유사의 수출 물량도 급감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유업계와 증권가는 이달 들어 중국의 일평균 석유 소비량이 전년 대비 2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 여파가 컸다. 국내 정유사 수출의 중국 비중은 20% 안팎에 달한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의 전반적인 소비 둔화로 국내 정유업계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또 여객기 운항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제품인 항공유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정유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정유업계가 동반 침체에 접어든 가운데 결국 배터리나 화학제품 등 비정유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효석 대한석유협회장은 최근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각종 친환경 규제가 시행되며 새로운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거의 없었다”면서 “정유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하고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업구조를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투자증권의 박 센터장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화학제품 쪽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탐색하면서 정유업계의 중장기적인 불황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