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양육피해 부모모임인 양육비 해결 모임(양해모) 대표자들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미지급자들을 아동학대로 고소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News1
양육비를 달라고 찾아온 전 부인 A씨를 폭행한 B씨는 ‘법대로 하라’며 악을 썼다. 남루한 법은 그의 방패였다. B씨는 7년간 양육비를 밀린 ‘나쁜 아빠’였지만 여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법은 ‘줄 돈이 없다’며 뒤로 재산을 숨긴 B씨를 벌할 수 없었다. B씨는 무능한 법이 결국 자신을 지켜줄 것을 알고 있었다.
배드파더스 대표 구본창씨는 21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B씨 같은 ‘나쁜 아빠’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법이 나쁜 아빠를 처벌할 수 없도록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배드파더스(bad fathers) 무죄는 끝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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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주 열린 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다. 법원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적사항 공개로 양육비 채권자의 고통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지급을 촉구하는 행위는 그 동기 및 목적에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비방 목적이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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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 판결 직후 배드파더스에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한부모들의 문의가 폭증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험이 줄었다는 판단 덕이다.
구씨에 따르면 이때까지 3번 이상 신상제보 관련 문의나 상담을 한 양육자들은 35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사이트에 신상을 게재한 이들은 400여명에 불과하다. 전 배우자들이 ‘신상을 공개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게 하겠다’며 위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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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구씨는 “사실 배드파더스 사이트 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은 적다”고 강조했다. 배드파더스의 목표는 ‘사이트 폐쇄’다.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 제정으로 한부모들이 더는 배드파더스를 찾지 않게 되길 구씨는 바라고 있다.
현행법상 양육비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급을 강제할 조항은 사실상 전무하다. 우리 가사소송법은 Δ양육비직접지급명령 Δ담보제공명령 Δ이행명령 Δ1000만원 이하 과태료 Δ30일 내 감치 등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강제력이 부족해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가장 무거운 처벌인 감치는 잠적이나 위장전입을 통해 쉽게 피할 수 있고, 직접지급명령은 채무자가 본인 재산을 지인 명의로 돌려놓는 등 ‘꼼수’를 쓰면 손을 쓸 수 없다.
이에 양육비 지급률을 높이기 위해 미지급자에게 실생활의 불편과 지장을 초래하는 법안부터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신상공개나 운전면허정지, 출국금지와 같은 행정조치부터 국가가 필요한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고 이후 비양육자에게 비용을 회수하는 ‘국가대지급제’까지 여러 방안이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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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씨는 “아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국가와 사회가 입법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검찰은 20일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배드파더스 재판은 수원고등법원에서 두번째 판단을 받게 됐다. 변호인단은 “사법기관은 아이들의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검찰이 이를 포기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배드파더스 사건은 아동보호라는 관점에서 봐야 하고 많은 시민들이 계속해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