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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향해 몸값 높인 北… 南엔 “끼어들지말라”

입력 | 2020-01-13 03:00:00

[뉴스 분석]김계관 담화서 ‘통미봉남’ 강화
“일부제재와 핵 교환 협상 없을것… 南의 중재자 역할 주제넘은 일“
文대통령 남북협력 신년사 일축




북한이 대미(對美) 외교 원로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로 담화를 내고 2020년 한반도 전략의 큰 틀을 밝혔다.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거절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는 몸값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남북 협력 강화를 강조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재요청했음에도 북한이 나흘 만에 ‘끼어들지 말라’고 반응하면서,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과 북-미 비핵화 협상은 올해도 당분간 난항이 예상된다.

김계관은 11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낸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친서를 직접 전달받았다면서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북-미) 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우리가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남조선(한국)이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했다.

워싱턴을 겨냥해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유엔 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 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월남(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탁(테이블)에서 1년 반 넘게 시간을 잃었다”며 “조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남북 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사실상 일축한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한미 외교가에선 비핵화 협상이 당분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비핵화 협상에 나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미 두 정상 간 브로맨스는 이미 지난해 말 종료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핵 보유를 인정한다는 사실 아래 미국과 북-미 관계 개선 협상을 하겠다는 북한식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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