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 부천 길주로의 한 오피스텔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 작가 HUN.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다음웹툰 ‘랑데부’가 국내와 일본에서 동시 연재를 시작했다. 국내 웹툰 시장에서 인기가 검증된 극소수 완결 작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양국 동시연재를 목표로 작품을 구상하고, 동시연재로 이어진 사례는 처음이다.
이를 성사시킨 주인공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나빌레라’ 등 인기작을 만든 HUN(본명 최종훈·42) 작가다. 최근 경기 부천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똑같은 작품이라도 세밀한 표현을 다르게 다듬느라 일이 1.5배로 늘어났다”는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늘 동경하던 일본 만화계가 작품 준비 과정에서 제게 웹툰 노하우를 묻는 경험이 무척 신선했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 작가, 만화계의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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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 작가에 따르면, 양국 동시연재를 진행하는 데 있어 그가 던진 ‘떡밥’이 가장 주효했다고 한다.
“일본 만화계에서 종종 토론회를 열며 저를 협조토론자로 초청했어요. 제가 발언기회를 얻으면 ‘한일 양국이 새 작품을 같이 협업하고 동시연재를 해도 좋겠다’는 의견을 은근히 그리고 자주 흘렸죠. 일본 연재에 대한 ‘로망’은 있어도, 제 이름값으로 우길 수는 없잖아요. 하하하.”
그의 떡밥에 일본 측이 반응한 건 시기적 변화, 운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출판만화 시장이 강세인 일본도 점차 ‘페이지’에서 ‘스크롤’로 시장 재편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그는 “20년 가까이 스크롤 연출의 노하우가 축적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만화 스크롤화의 필요성을 느껴도 이에 대한 노하우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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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있어요. 일본판에서 타코야끼, 오꼬노미야끼로 바꿔야하나 잠시 고민한 적도 있죠. 모든 걸 현지에 맞추거나, 일본만화인 척 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작가생활 20년 만에 일본 무대에서 그는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저라는 작가는 일본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잖아요. 속된 말로 이름값 다 빼고 양국에서 ‘깔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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