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김기수 변호사 회의 참석 저지 "1분 1초도 특조위원으로 인정 못해" 김 변호사 "조사 왜곡 안해" 설득 시도 건물 앞서 임명 반대 기자회견 열려 기자회견장 10m 앞서 맞불 집회도 "그만 좀 해라", "공무방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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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된 김기수 변호사가 지난 24일에 이어 31일에도 세월호 유족들에 막혀 전원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특조위 회의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등 세월호 유족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부터 특조위 회의실이 있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20층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된 김 변호사의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께 도착한 김 변호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30여명의 유족들에 둘러쌓였다. 유족들은 “조사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회의에는 뭐 하러 왔느냐”며 “우리가 피눈물로 만든 특조위를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4일과 달리 이번에는 설득을 시도했다.
지난번에는 “불만이 있으면 위원장에게 말하라”, “대통령이 임명해서 왔다” 등 강한 태도를 보였던 김 변호사는 이날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안다”며 “저도 살아온 명예가 있다. 세월호 조사 사실을 왜곡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위원회 참석을 못 하면 오늘도 회의가 진행이 안 된다”며 “위원이 공석이면 회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문제도 걸려 있다”며 “비켜달라”고 했다.
이에 유족들은 “위원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우리가 더 잘 안다”며 “1분 1초도 당신을 특조위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외쳤다. 김 변호사는 오전 10시20분께 18층으로 내려가 대기하다가 결국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특조위의 예정된 회의는 30분가량 늦춰져 개의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특별법 13조에 보면 과반수만 참석하면 위원회 개최가 가능하다”며 “오늘 김 변호사는 빼고 8명 위원이 모두 참석해 회의는 열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9시께부터 포스트타워 앞에서 ‘4·16 연대’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투워크’ 등이 주최한 김 변호사 특조위원 임명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여기서 주최측은 “우리는 김 변호사가 특조위 위원으로 활동함으로써 진상규명을 향한 참사 가족들의 한 맺힌 염원을 조롱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외쳤다.
기자회견이 열렸던 곳에서 불과 10m 떨어진 맞은 편에서는 보수 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의 맞불 집회가 열려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곳에 나와 “그만들 좀 해라”, “세월호 유가족분들은 본인들의 생각과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김 변호사의 공무를 방해하면 안 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특조위는 즉각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프리덤뉴스’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채널은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이며, 현 정권에 비판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 채널은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긍정하는 영상을 게시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유족 단체는 김 변호사의 특조위원 임명 이후 그에 대한 제척·기피 신청을 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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