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선정 올해의 책 10
‘팩트풀니스’의 공동 저자인 올라(왼쪽)와 안나 로슬링 부부. 이들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 한스는 암 진단을 받고도 책 집필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했다. 갭마인더재단 제공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등 지음, 이창신 옮김·474쪽·김영사
올 한 해를 어지럽힌 키워드는 혐오와 배제였다. 그 바탕에는 가짜 뉴스와 확증편향이 깔려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홍수 속에 원하는 것만 보고 기억하고 믿는 확증편향이 모든 세대의 정신을 갉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팩트풀니스’가 11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통계, 즉 사실에 바탕을 둔 사고를 추구하는 ‘사실충실성’의 중요성과 그 방법론을 담은 책이다.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는 “세상이 변해도 해묵은 세계관을 고집하려는 인간의 게으른 본능을 강력한 ‘팩트’로 뒤엎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사회의 환부를 예리하게 포착한 문제의식과 신선한 접근법이 높은 점수를 샀다. “책이 제시하는 담론은 우리 안에 깊이 자리한 편견을 겨냥하며 생각의 패러다임을 전복시켰다”(김기중 더숲 대표), “첨예한 갈등 대부분은 팩트를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팩트와 주장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이 책은 가치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주일우 이음 대표)는 호평을 받았다.
사실에 근거한 사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 정신의 기본을 지켜주는 책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필수 도구와 같은 관점을 제시했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공정과 정의라는 목적지로 이르는 데에 선량함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하는 책”(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이자 “더욱 착하게 살고 싶은 시민들을 위한 일상 성찰 매뉴얼”(장은수 대표)이다. 소수자 인권과 차별을 연구하는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의 첫 저작이다.
우리 안에 내재한 차별을 일깨워 더 나은 세상을 도모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차별을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 우리 사회의 평등 가치를 드높였다”고 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한국사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인권 감수성의 지평을 열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신문조서, 재판기록, 잡지 등 자료를 총망라해 풍성한 글을 빚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독자를 과거의 그날로 소환해 지금의 눈으로 그날을 다시 살게 한다”고 호평했다. 김수한 주간은 “올해 한국 인문학의 성취”로 꼽으며 “100년 전 한반도의 근대에 카메라를 귀신처럼 줌인-줌아웃 하는 저자의 집요한 연구가 돋보인다”고 했다.
세대론으로 불평등을 분석한 책이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세대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논증하고 이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며 추천했다. 염종선 이사는 “한국사회 기득권이 구축한 공고한 메커니즘의 일면을 이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세대 간 갈등 문제, 세대 독점 문제, 세대 기반 정치 담론 등에서 생산적 논의의 출발점이자 발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표정훈)
강 대표는 “모든 고통이 연결돼 있음을, 거기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고, 작고 의미 있는 실천을 생각하게 됐다”고 이 책이 지닌 힘을 설명했다.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는 “증언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는 희망을 일깨웠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윤진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는 “학생들의 노동과 그들이 겪어온 부당함으로 이 사회의 일부가 굴러가고 있었다. 그런 현실을 더 이상 모른 척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책이 주는 울림을 전했다.
백선희 번역가는 “현실과 신화가 뒤섞이는 시공간으로, 시공을 초월한 우주의 중심으로…. 폴란드의 작은 마을을 인간과 동물, 식물과 사물,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이 제각각 주체로 꿈틀대는 공간으로 빚어낸 놀라운 서사”라고 평했다. 이리라 컬처룩 대표는 “거대하면서도 섬세하며 독특한 서사가 주는 감동이 대단하다. 소설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뛰어난 번역도 이 책의 미덕”이라고 전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기에 우리가 힘겹게 꽃피워온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질문을 던지게 된다.”(송영석 대표)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는 “시대의 고민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을 투영하여 책으로 형상화한 작가의 재능이 놀랍다”고 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42명·가나다순)
강맑실(사계절 대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영건(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인호(바다출판사 대표)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영규(교보문고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백선희(번역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서영택(밀리의서재 대표) 송영석(해냄 대표)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양우석(웹툰작가)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윤진희(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 윤희영(현대문학 월간지팀 팀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리라(컬처룩 대표)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정규(코난북스 대표)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이현자(문학동네 국장)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상준(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조한나(푸른숲 편집자)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주일우(이음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HUN(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