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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수 재활용’ 도가 튼 두산… “알칸타라를 ‘제2의 린드블럼’으로”

입력 | 2019-12-27 03:00:00

KT서 방출되자 70만 달러 영입… 과거 리오스-레스도 두산서 활짝
“구위 좋아 수비 받쳐주면 대성”




“우리 팀에 오면 더 잘할 겁니다.”

지난주 두산은 올해 KT에서 뛰었던 오른손 강속구 투수 알칸타라(27·사진)를 70만 달러(약 8억1000만 원)에 영입했다. 그를 데려온 김태형 두산 감독은 기대와 함께 만족감을 드러냈다.

알칸타라는 올해 KT에서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8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졌지만 확실한 결정구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KT가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감독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두산에 온 뒤 실력이 부쩍 는 외국인 투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20승을 거두며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끈 린드블럼이 대표적이다. 2015년 롯데에서 데뷔해 3년간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풀시즌을 뛴 처음 2년간은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며 에이스 구실을 해냈다. 두산으로 이적한 뒤 그는 ‘슈퍼 에이스’로 진화했다. 지난해 15승 4패에 이어 올해는 20승 3패를 기록했다.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한 그는 시즌 후 밀워키와 3년 912만5000달러에 계약하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2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리오스와 레스가 있었다. 오른손 투수 리오스 역시 두산에서 20승을 올린 뒤 MVP에 선정됐다. 2002년 KIA에 입단해 3년을 광주에서 보낸 그는 2005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엔 3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지는 철완을 과시했다. 2007년에는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2001년 KIA에서 7승(9패)에 그쳤던 왼손 투수 레스는 2002년 두산 이적 후 16승(8패) 투수가 됐다. 잠시 일본에 진출했다가 다시 돌아온 2004년에는 17승(8패)을 거두며 다승왕을 차지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성어가 어울릴 정도로 두산에만 오면 펄펄 나는 외국인 선수가 많았던 셈이다.

여기에는 잠실구장이라는 투수 친화적인 야구장과 리그 최고로 평가받는 두산 수비수들의 뒷받침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수비 하나가 투수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우리 팀 수비수들은 많은 투수를 살렸다”고 말했다.

과연 알칸타라도 ‘선배’들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