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은퇴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3번기 첫판 초반 분위기는 한돌이 우세… 백75, 77 무리수로 전세 급반전 바둑계 예상 깨고 흑92때 돌던져 상금 5000만원 챙긴 이세돌 9단 “수비형 바둑으로 맞선 게 통해”
이세돌 9단이 18일 한돌과 대국하고 있다. 한돌의 수를 바둑판 위에 놔준 사람은 NHN엔터테인먼트 이화섭 대리로 한국기원 연구생 1조 출신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78이 이세돌 9단에게 마법과 같은 수일까.
이 9단의 은퇴기인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한돌 대결’ 3번기 첫판에서 이 9단이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흑 78이 결정타이자 승착이었다. 이 9단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 4국에서 이른바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 이후 바둑을 역전시키며 승리를 낚았다.
서울 강남구 양재천로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18일 낮 12시에 시작된 이날 대국은 이 9단이 두 점을 놓고 덤 7집 반을 한돌에게 주는 치수로 진행됐다.
이는 호선과 두 점의 중간 치수로 숫자로 말하자면 1.5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치수에 대해 인공지능이 계산한 한돌의 승률은 15% 안팎이다. 하지만 중국의 바둑 인공지능(AI) 줴이(絶藝)가 두 점으로도 프로 정상급 기사들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1.5점이면 한돌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게 국내 바둑계의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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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돌이 순항하던 분위기는 갑자기 백 75, 77로 끊는 무리를 범하면서 급격히 반전됐다. 흑 78이 회심의 급소. 백 79, 81도 방향 착오였으며 흑이 82를 선수하고 84로 끊자 요석인 중앙 백 3점이 잡히면서 승부가 사실상 끝나버렸다. 한돌이 계산한 승률도 이 무렵에는 4%대로 떨어졌다.
흑 92 때 한돌이 돌을 던졌는데 A로 나와도 B의 장문으로 백돌이 살아갈 길이 없다.
이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한돌이 프로 기사라면 당연히 두는 수를 착각한 것 같다. 오늘 수비형 바둑을 뒀는데 인공지능과 대국을 두며 준비해보니 수비형이어야 승률이 조금이라도 높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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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알파고 한돌의 캐릭터. 뉴시스
2국은 19일 낮 12시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번 3번기는 한판의 승패에 따라 치수가 바뀌는 단판 치수고치기여서 2국은 호선 바둑으로 둔다. 접바둑 버그가 없기 때문에 한돌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관심은 21일 전남 신안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리는 3국에 쏠린다. 다시 1국과 같은 치수로 돌아가는데 이 9단이 또다시 승리할지, 한돌이 버그를 피해 설욕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 9단은 이날 승리로 승리수당 5000만 원을 챙겼다. 3번기 전체의 대국료는 1억5000만 원으로 이 9단은 지금까지 2억 원을 확보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