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어제 사립학교 설립자와 그의 친족은 학교법인 개방이사로 선임할 수 없고 학교법인 임원 간 친족 관계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학혁신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또 회계 부정이 확인된 사립대는 외부 회계 감사기관을 교육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이라고 했다.
일부 사학의 비리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이런 비리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학 전체를 비리 집단인 것처럼 매도해 학교 이사 선임권을 제약하고 적립금 사용처까지 일일이 들여다보는 과도한 규제를 들이대는 것은 사학의 본질인 자율성을 침해한다. 이번 방안은 공교육 파트너인 사학의 역할과 특성을 무시한 채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데만 방점이 찍혀 있다.
전국 고등학교의 40.2%, 대학의 86.5%가 사학이다. 현 정부 들어 사학이 크게 위축돼 인재 양성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압박하더니 여의치 않자 교육부가 나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전부 문 닫게 하겠다고 한다. 어제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교장연합회는 “(학교) 선택권과 행정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학을 적폐로 몰아 자율성을 빼앗으며 사학을 혁신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방안은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국회에서는 자율성을 침해하는 규제로 사학을 옥죄기보다 사학이 국공립과 경쟁하며 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