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지분 51.17% 695억에 인수 MOU
18일 애경그룹의 자회사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공동경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 51.17%를 약 695억 원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실사 작업 등을 거쳐 연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두 회사 모두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스타항공은 신규 항공기로 들여온 보잉737 맥스8의 운항이 중단된 상황에서 일본 여행객까지 감소하자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면 항공사업자 면허 취소까지 될 수 있는 만큼 신규 투자가 절실했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은 CJ와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과도 인수 및 투자 논의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홀딩스를 대상으로 약 100억 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앞으로 CB가 지분으로 전환되면 이스타홀딩스는 약 20%의 지분으로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가 된다.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제주항공과 공동으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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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최종 체결되면 양사는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공동운항(코드셰어)과 슬롯(특정 시간대에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권리) 교환 등을 통해 효율적인 운항이 가능해진다. 또한 공동 마케팅과 서로의 운수권을 활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항공업계는 이번 합병으로 국내 항공업계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이스타항공의 빅3 체제로 사실상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9월까지의 국제선 점유율은 제주항공 9.4%, 이스타항공 3.4%로 합하면 12.8%다. 국제선 점유율 2위인 아시아나항공 점유율 15.1%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4위인 진에어(5.9%)와는 배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결합으로 국제선 점유율 10%가 넘는 새로운 항공사가 등장하는 셈”이라며 “항공기 보유 대수와 취항 노선 증가 효과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항공업계가 재편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민국의 LCC가 9개인데, 미국도 9개다. 소비자들에게 좋을 수는 있지만 (항공사가) 절대로 오래갈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항공사 간 경쟁 심화로 구조조정을 거쳤다. 한국도 항공사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업계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번에 자발적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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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LCC도 대형 항공사처럼 사업을 확장하는 게 글로벌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 LCC들 간의 합병과 제휴, 외항사들과의 동맹 등 사업 재편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