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KT ‘통신 빅데이터 플랫폼’ 열어
그간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상권 조사와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여왔다. 스타벅스에 점포개발팀이 있듯 상권을 분석하는 전담 팀이 따로 꾸려질 정도다.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연령 성별 지역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소비자의 입맛을 단 하루라도 먼저 짚어내기 위해 시장조사에 돈과 인력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앞으론 얘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토종 민간 데이터 거래소가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에도 발품 팔지 않고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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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빅데이터 플랫폼 센터 구축 사업’ 10개 사업자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이후 자체 통신 관련 데이터와 BC카드, 소상공인연합회, 고려대 등 학계, 데이터분석 스타트업 등 총 16개 기관이 제공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카드 결제 명세와 제주도 관광 행태, 영양 섭취 행태, 부동산 및 상권 정보, 배달음식 이동 경로 등 다양한 생활 데이터가 모였다.
KT는 유동인구, 소비, 상권, 여행 등 생활 데이터를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통신 빅데이터 플랫폼을 16일 공개하고 이를 기념하는 개소식 행사를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열었다. KT 제공
이미 국내 대기업 중에는 자체 빅데이터 분석 팀을 운영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글로벌 분석 기업에 외주를 주고 있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로서는 필요하기는 해도 직접 빅데이터를 구축하기란 언감생심이다. KT 관계자는 “자체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소기업뿐만 아니라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기업까지 많은 잠재 수요를 확인했다”며 “1차적으로 160여 개 기업이 고객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KT는 이 시장에서 내년 30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윤혜정 KT 빅데이터 사업지원단 전무는 “데이터가 폭증하는 5세대(5G) 시대에 발맞춰 통신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며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인공지능(AI)이 결합한 분석 서비스 등 특화 기능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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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16년 4월 정부와 차이나텔레콤, 유니콤이 출자해 2억 위안(약 300억 원)의 자본금으로 상하이데이터거래소를 세웠다. 현재 중국 내 최대 규모의 거래소로 중국 주요 기관과 기업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놓고 있고 텐센트와 중국건설은행, 중국둥팡항공 등 각 분야의 굵직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먼저 뛰는 동안 한국은 아직 ‘가명 정보’의 부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현행 데이터3법에선 가명 처리된 개인별 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국내 데이터 거래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20대 여성’이나 ‘○○동 거주자’ 등 일정 단위로만 구성돼 면밀한 분석에 한계가 있다. 김혜주 빅데이터사업지원단 상무는 “국내에서도 가명 정보 활용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진다면 이러한 데이터 거래소의 활용도와 데이터 간 시너지도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