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유민주주의가 살아남느냐를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내년 총선에선 싸워봤고 싸울 줄 아는 심재철이 의원들과 함께 필승을 만들겠다.”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5선 비주류 심재철 의원(61·경기 안양동안을)이 9일 선출됐다. 심 의원은 당선 후 두 시간 만에 전임 나경원 원내대표가 제기했던 필리버스터 철회를 결정하며 협상론에 힘을 실었지만, 의원들에겐 “문재인 정권과 맞붙어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책위의장은 심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나선 친박(친박근혜) 3선 김재원 의원(55·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으로 정해졌다.
○ ‘투쟁 수요’에 ‘黃心’ 견제 심리 복합돼 승리
투표 결과에 대해 한국당 안팎에서 심 원내대표의 옅은 계파색과 대여 투쟁력이 장점으로 부각된 데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친황(친황교안) 체제’ 논란에 대한 반발 심리까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18대 국회에서 핵심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던 심 원내대표는 친박들이 주도한 19, 20대 국회를 거치며 계파색이 점차 사라졌다. 친박들이 포진한 황교안 체제의 핵심 세력과 복당파 어느 쪽에도 몸담지 않은 심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 국면에서 어느 정도 통합형 중재자 역할을 해주지 않겠느냐는 의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 대표가 단식 이후 박완수 사무총장 임명과 나 전 원내대표 재신임 불가 결정 등으로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반발 심리가 당 안팎에선 적지 않게 감지되고 있었다. 한 재선 의원은 “황 대표 측근들이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인을 지지하는 전화를 돌리고, 의원회관에 모여 ‘작전 회의’를 여는 모습들이 포착되면서 역풍이 불었다”고 평가했다. 황 대표는 논란을 의식한 듯 의총에서 “(심 원내대표는) 우리에게 필요한 투쟁력과 협상력을 모두 갖춘 훌륭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 5선의 심재철, 황교안의 공천 견제할지가 핵심 포인트
심 원내대표는 앞으로 보수통합, 총선 공천 과정에서 당 핵심 지도부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일각에선 측근들을 포진시켜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체제 정비를 준비하고 있는 황 대표와 심 원내대표가 공천 국면에서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발표를 하면서 인적쇄신과 관련해 “선수(選數)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에게 직언을 하겠다”고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