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우리는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이것을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우리가 (북한에)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시한’을 제시한 채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을 선전하며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협상이 아닌 ‘새로운 길’로의 전환을 결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반도 정세는 북-미가 충돌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분위기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영변 핵시설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노출하는가 하면 곳곳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용 패드를 설치하고 있다. 김정은의 ‘중대 결정’까지 예고했다. 이에 미국은 연일 각종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고 있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다시 지칭하며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아직은 심리전 수준의 기 싸움이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강도는 높아질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 경고에 북한이 정면 대응하고 나서면 거친 말 폭탄이 난무했던 2년 전의 험악한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서해 도발 같은 도박을 감행하고,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만지작거리는 극한 대치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한반도 게임 국면에 한국 외교는 존재감조차 없다. 이미 북-미 중재자, 대화 촉진자로서 발언권을 잃은 지 오래다. 북한엔 달래기에 급급하다 철저히 무시당하고, 미국엔 뻗대기로 일관하다 청구서 액수만 늘렸다. 한국 외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또다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무력감만 토로하거나, 아무도 듣지 않는 ‘평화’만 외치다 극적 반전이라는 요행만 기다릴 건가. 과연 위기 대응계획은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