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년 싱어송라이터 시리즈 공연 ‘오래된 노래’
이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한 가수 김동률. 그는 대중에게 친숙한 곡 ‘아이처럼’도 그냥 두지 않았다. 도입부를 콘트라베이스 독주로 파격한 뒤 재즈로 진행하다 탱고로 매듭지어 버렸다. 뮤직팜 제공
김동률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넓게 썼다. 20여 명의 관현악단과 밴드 멤버를 무대에 올렸다. ‘마에스트로 김동률’의 갈라 콘서트 같았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다 싶기도 했다. “셋리스트(선곡 목록)가 좀 많이 불친절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 공언했듯, 2시간 반 동안 20곡을 소화했지만 ‘기억의 습작’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거위의 꿈’(이적과 듀오 ‘카니발’로 발표)은 없었다.
광고 로드중
미국 버클리음대 재학시절 ‘재즈병’에 걸려 만들었다는 ‘편지’(2000년 2집)는 원곡의 양식미를 높였다. 뮤티드 트럼펫(트럼펫 앞부분을 막아 내는 소리)이 곡을 이끌며 여러 대의 기타와 피아노, 관악기와 콘트라베이스가 입체적 재즈 연주를 보여줬다.
“각 연주자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데도 고심했다”는 김동률의 말처럼 곡에 따라 악기도 주인공 자리를 넘봤다. 이를테면 ‘고백’(2014년 6집)에서 중반부에는 부드러운 트롬본 솔로를, 말미에는 깔깔한 펜더 텔레케스터 모델 전기기타의 음색이 돋보이는 솔로를 배치했다. 원곡의 필름에서 잘려나간 스펙트럼을 보여준 ‘디렉터스 컷’ 같았다.
클래식 피아니스트 김정원을 무대로 올린 대목은 김동률이 대중음악가의 한계를 깨부수려 함을 더욱 방증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김정원의 반주에 맞춰 슈만의 연가곡처럼 살랑대던 그는, 이어진 ‘청원’에서 20인조 관현악단을 배경으로 특유의 비탄 어린 절창을 뿜었다. 김정원은 내친 김에 독주로 멘델스존의 ‘무언가’, 쇼팽의 ‘야상곡’, 슈만의 ‘헌정’까지 들려줬다.
김동률은 친숙한 곡 ‘아이처럼’을 재즈와 탱고로 새로이 비벼냈고, ‘취중진담’은 두 명의 기타리스트에게 충분한 공간을 줘 블루스의 맛을 증폭했다. 김동률은 “23세에 발표한 곡인데 딱 그만큼(23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이제야 어덜트 버전인 셈”이라 눙쳤다.
광고 로드중
“꽤 오래 해왔는데도 공연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아요. 아쉬움 때문에 욕심이 생기고 그게 또 원동력이 돼요. 아마 저는 백발이 돼도 무대에선 늘 떨릴 것 같아요. 그렇게 늘 음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