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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아시아, 글로벌 콘텐츠 제작 ‘원 팀’ 만들자”

입력 | 2019-11-26 03:00:00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서 제안 “250여개 아시아 OTT 힘 합쳐야”
넥플릭스CEO “아시아 서비스 3년, 한국 등 亞 제작자들과 협업 확대”
방시혁 “기술 아닌 콘텐츠 향유… 콘텐츠 만드는 사람에게 투자해야”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에 참석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영화 ‘슈퍼배드’ 시리즈 등을 연출한 피에르 코팽 감독(왼쪽부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뉴스1


“아시아 전체가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하나의 팀이 돼야 합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에 발표자로 나서 “한류가 아시아의 문화적 역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치면 지역을 뛰어넘는 ‘아시안 무브먼트’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문화혁신포럼에는 박 사장과 함께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EO, 대만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이미의 브라이언 차우 CEO 등이 연사로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도 참여했다.

특히 SKT는 한국 시장에서 자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를 출시하며 이 시장 글로벌 최강자인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라, 같은 무대에 나란히 선 두 CEO의 발표는 큰 주목을 받았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TEAM(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기술 혁신 역량을 기반으로 아시아 전체가 함께하는 콘텐츠 연합팀을 함께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TEAM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자본 투자와 기술 협력, 제작 역량 교류와 육성을 지원하는 ‘아시아 콘텐츠 스튜디오’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박 사장은 웨이브를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아시아 전체에 OTT가 250여 개가 있는데 각각 따로 떨어져 있으면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들기 힘들다. 웨이브를 중심으로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박 사장에 앞서 발표를 맡은 헤이스팅스 CEO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북미, 남미 지역 등에서도 폭넓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콘텐츠 제작자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 된 현재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180개가 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했다”며 “한국과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특수효과와 촬영, 대본 집필 및 작품 유통 등과 관련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워크숍을 개최해 왔다”고 했다. 헤이스팅스 CEO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8000명이 넘는 현지 출연진, 제작진과 함께 한국 19개 도시와 방콕, 치앙마이 등 동남아 12개 도시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촬영을 진행했다.

‘방탄소년단’ 신화를 쓰고 있는 방시혁 대표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화제가 된 1985년 글로벌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라이브 에이드가 인공위성을 통한 생중계 기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면, 방탄소년단은 유튜브 기술의 존재 가치와 파급력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가 향유하는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만든 훌륭한 콘텐츠”라며 “새로운 기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아세안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임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