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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고 반성할 계절[김창기의 음악상담실]

입력 | 2019-11-23 03:00:00

<89> 마멀레이드의 ‘Reflections Of My Life’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산한 가을바람은 잊고 지냈던, ‘아직도’ 가슴에 아물지 않고 남아있는 구멍들을 확인시켜 줍니다. 저무는 한 해, 혹은 저물어가는 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동물적 본능 때문입니다. 예전엔 50대의 몫이었지만, 요즘은 의학이 발전해서 70대나 80대의 것이 되었습니다. 삶을 되돌아보고 후회와 반성과 정리를 하는 시기죠. 어떤 이들은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머물고, 어떤 이들은 적응과 변화가 필요함을 깨닫고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마멀레이드의 유일한 히트곡인 ‘Reflections of my life’는 촌스럽게 통통거리는 베이스와 3도 화음 덕분에 제 선배들과 친구들의 애창곡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노래 전주의 물먹은 베이스가 울리면, 제 머릿속엔 바보일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기, 어설펐기에 흉터 혹은 흉측한 문신으로 간직된 사랑, 실수와 잘못된 선택들로 후회스러웠던 순간 등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백사진들의 슬라이드 쇼가 시작됩니다. 고통스러운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이상한 노래죠.

“이 세상은 몹쓸 곳이지만, 죽어버리고 싶지만, 난 그럴 용기가 없어. 슬픈 미래를 예견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절망하지만, 비슷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들이 보이잖아? 어쩔 수 없어! 지금의 내 현실의 모든 것을 바꾸고, 변화시켜서, 더 늦기 전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몇만 년 전부터 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너 자신을 알라”고 애원해왔죠. 저도 상담실에서 하는 가장 주된 일이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고, 왜 그 상황이 야기되었으며, 그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판단 혹은 선택하자’라고 설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잘 살고 싶다면 남 탓을 하거나 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나 자신부터 돌아보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①나를 괴롭히거나 방해하는 근본적 원인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린 맨날 그 원초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 다음은 ②내가 다다르고 싶은 목적지를 정해야 합니다. 장기적인 목표에 다다르는 길을 계획하고 그 중간의 단기적 목표들을 설정해야죠. 그러려면 ③내 장단점들 혹은 한계점들을 인식하고 수긍해야 합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이죠. 그 고통을 최소화하려면 자신의 삶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써야 하죠. ④고정관념과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면 안 됩니다. 진정 자신을 돌아본다면 똑같은 패턴을 되풀이해오던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고정관념을 깰 안전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한다면 자신을 가두던 알을 깨고 나오는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⑤이런 성공적인 과정의 반복은 자신감 향상, 자아상의 긍정적 변화, 발전에 대한 열정, 더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촌스러운 마멀레이드의 베이스가 둥둥거릴 때, 가을이 깊어갈 때,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더 늦기 전에 변화를 시도해야 하겠습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