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2000년대 초 드라마 ‘대장금’은 이란에서 90%, 스리랑카에서 99%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세안을 이루는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이 한류를 형성하고 이끌었다. 최근에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신한류’가 등장했다. 과거의 한류는 국내에서 이미 인기가 입증된 방송 프로그램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비롯했다. 그런데 케이팝이 대표하는 디지털 신한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비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방송 한류 또한 일방적인 문화 콘텐츠의 수출이 아니라 프로그램 공동 제작의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초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세안 5개국 시청자 2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이 한국 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에 가까운 응답자가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절반 이상의 시청자가 한국과 공동 제작한 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고, 국가 간 방송 공동 제작이 방송 품질 개선(74.9%)이나 방송산업 발전(83.2%)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한-아세안 방송 콘텐츠의 미래와 협력 방안’ 심포지엄이 25일 열린다. 국내외 방송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 행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신한류의 초석이 될 것이다. 심포지엄에 이어 ‘국경 없는 방송 콘텐츠 전문가 워킹그룹(BCBB)’도 창립 기념식을 갖는다. 이 워킹그룹은 한국이 최초로 제안한 글로벌 논의체로서 방송 콘텐츠 관련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으로 아세안과 함께 방송 공동 제작 협정 체결 국가를 미주 및 유럽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방송마켓 밉(MIP)TV에 주빈국으로 참여해 한국 방송 콘텐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방송 한류의 새바람을 일으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