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때 불심검문 도입 잘못”… 흑인교회서 연설중 고개 숙여 유색인종 표 의식해 ‘선제적 사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뉴욕 브루클린의 대형 흑인교회 ‘크리스천 문화센터’에서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틀렸음을 깨달았다. 이를 여러분이 알아줬으면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불심검문의 주요 대상이 흑인과 라틴계였다. 여러분 중 일부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게 돼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2002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3선(選) 뉴욕시장으로 재직한 그는 경찰이 거리에서 임의로 시민들의 몸을 수색할 수 있도록 신체 불심검문 강화 정책을 시행해 유색인종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기간 뉴욕 경찰이 수백만 건의 불심검문을 자행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의 후임자인 빌 더블라지오 현 시장은 2014년 취임 후 이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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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시장 재직 시에는 불심검문 정책이 지지율에 도움을 줬을지 모르나 내년 대선에서는 주요한 약점이 될 수 있었다”며 “자신의 뜻을 잘 굽히지 않았던 블룸버그의 놀라운 양보였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액시오스 등도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합류할 것이란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른 민주당 대선 후보들도 출마 선언 전후로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는 ‘과거사 지우기’ 움직임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8월 자신이 미국 원주민 후손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해 DNA 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등 선거전에 ‘원주민 핏줄’을 이용했다는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올해 초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1970년대 미국 흑백 분리주의 상원의원들을 칭찬했던 과거를 사과했다.
정작 이런 과거사 세탁이 실제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사과 전화를 받은 흑인 인권지도자 앨 샤프턴 목사는 NYT에 “한 번의 사과로 용서하고 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