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은 정신이 어떻게 돼서 검투를 저렇게 좋아했나’ 싶지만 생각해 보면 좀 더 인도적일 뿐이지 현대 세계도 온갖 프로 스포츠와 격투기로 가득하다. 인간은 주기적으로 아드레날린을 분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물인 것 같다.
검투 경기는 영화와 드라마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왜곡도 많이 됐다. 영화에서 검투사는 지하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짐승처럼 산다. 경기에서 패하면 죽음이다. 하지만 실제 검투사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 스타들은 귀하고 비싼 몸이었다. 2군, 3군 선수들은 대우가 달랐겠지만, 지하 감옥에 가두는 수준은 아니었다. 오늘날의 기획사처럼 기획 회사가 있어서 검투 경기를 주관했는데 검투사의 랭킹에 따른 몸값, 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했다. 지방도시에서 1군 경기를 열려면 큰 비용을 물어야 했다. 생사 대결은 극히 드물었다. 그래도 검투 경기에 나서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번에 테살로니키 박물관에서 검투사들의 기념비를 발견했다. 4개가 있는데, 2개는 승리한 횟수를 별로 새겨 놓았다. 한 명은 13승, 한 명은 3승이었다. 현대 스포츠에 익숙한 우리에게 겨우 3승인가 싶지만, 죽거나 불구가 될 수 있는 대결에서 3승이 쉬운 일인가? ‘인생은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하나뿐인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삶에서는 1승도 소중하고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인생은 실험이 아니다. 위정자들도 제발 이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