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수뇌부 ‘지소미아-방위비’ 공세
李총리-밀리 美합참의장 한미동맹 만찬서 악수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14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제5회 한미동맹 만찬’에 참석해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듯 “최근 몇 가지 현안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서울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제44차 한미 군사위원회(MCM)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 미군 수뇌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를 거론했을지 여부였다.
MCM은 양국 합참이 연합작전 지침 등 한미동맹의 군사전략과 관련된 의제를 주로 논의하는 최상위 군사협의기구다. 방위비, 지소미아는 회의 성격을 벗어난다.
실제로 이번 MCM 공식 의제는 한반도 안보상황 평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으로 두 사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MCM 종료 후 발표된 한미 공동 보도자료에도 지소미아나 방위비 관련 문구는 없었다.
밀리 의장은 방위비 문제도 돌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한미 합참의장이 일대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길 바란다”는 취지로 말하며 압박 공세를 이어간 것. 미국은 방위비 48억 달러를 요구하며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연내 타결을 촉구 중이다. 앞서서도 밀리 의장은 11일(현지 시간) 미군 작전을 총괄하는 최고 지휘관이라는 직무 범위를 넘어 방위비 문제를 언급하고 이를 주한미군 철수 및 감축과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미군발 방위비 압박의 포문을 연 바 있다.
미군 수뇌부의 압박이 전례 없이 고강도로 진행되자 14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예정 시간을 7시간 가까이 넘겨 오후 8시 반 전후로 입국한 것을 두고도 갖은 설이 나왔다. 군용기 결함 등이 연착 이유로 확인됐지만 ‘최후의 일격’을 위한 전략적 연착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에스퍼 장관은 15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하기 위해 당초 오후 2시쯤 입국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한국군 수뇌부와 만찬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불참했다.
정부 소식통은 “에스퍼 장관은 밀리 의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 날 SCM에서 정 장관 등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최고치로 올릴 것”이라며 “최후 결전을 하루 앞두고 정 장관 과 웃으며 저녁 식사를 하기 껄끄러웠던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에스퍼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한국행 기내에서 “그들 자신의 방위에 더 큰 헌신이 필요하다”거나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에스퍼 장관과 밀리 의장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도 지소미아 및 방위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손효주 hjs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