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본 세상]
이수찬 창원힘찬병원 대표 원장
가끔 시골에 내려가 농사일을 돕고 어른들을 병원으로 모시고 와 치료를 해드리고 있다. 평생 농사일로 자식들을 키워온 어른들의 무릎과 허리는 상상외로 상태가 심각하다. 그래서 일을 빨리 끝내고 어른들을 병원으로 모시고 오고 싶은 마음에 손에 익지 않은 일인데도 자꾸만 욕심을 내게 된다. 농사일이 노상 허리를 구부리면서 하는 일이라 무리하다 보니 몸에 탈이 난 게 분명했다. 땅 파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평생을 살아온 어른들에게 죄송스러운 맘이 앞섰다.
명색이 관절, 척추 진료를 보는 의사인데 체면이 구겨지는 듯해 내색하지 않다가 통증이 심해져 결국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다.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에 검은 것이 보였다. ‘아차’ 싶었다. 원래 흰색이던 디스크는 노화가 되면서 검은색으로 변한다. 몇 차례 주사와 운동요법으로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허리는 습관 병이라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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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에서는 “의사도 아프냐”고 묻는다. 의사들은 아는 게 많으니 얼마나 관리를 잘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다. 환자에게는 금연하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줄담배를 피우는 의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의사가 말하는 대로 살아가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만 의사가 하는 대로 따라 하다간 병에 걸리기 십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의사도 인간이기에 아플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기에 아프지 않게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의사가 우선 건강해야 환자의 건강을 오래도록 돌볼 수 있다는 것을 내가 환자가 되어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이수찬 창원힘찬병원 대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