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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역량 강화에 5년간 2조2000억 투입…‘강남 8학군’ 부활 못 막는다?

입력 | 2019-11-07 16:25:00

비평준화 지역·교과특성화로 新 서열 재편 가능성
대학서열 존재하는 한 일반고 간 서열화 여전할듯
3년 내 '막차' 경쟁…명문고 중심 이사 늘어날 전망




교육부가 7일 2025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를 일괄폐지한 후 ‘강남 8학군’이 부활하지 않도록 일반고 역량 강화에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1시2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 브리핑을 열고 “고교체제 개편이 강남3구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증된 자료나 실체화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심리적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고교 유형 간 서열화가 일반고 간 서열화로 그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입시학원가에서는 일괄 폐지 후 기존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위치한 학교와 명문학군 쏠림 현상이 일시적으로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주변에 명문일반고가 없는 경우 명문학군이나 지역 내 거점 명문학교 인근으로 이사 가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존 고교서열화가 다시 일반고 간 격차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자사고와 외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외고’ 등 명칭과 교육과정은 모두 유지하는 데다, 일부는 비평준화 지역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외고는 어학 분야, 자사고 일부가 과학이나 소프트웨어 분야 등으로 교과 특성화중점학교로 선정되면 그 자체가 새로운 서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향후 교육감들과 협의해 추가로 평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수 교육과정정책관은 “평준화 여부는 교육감 권한이며 지역적 특색이나 여건을 다양하게 반영한 결과”라며 “향후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교 서열화 문제가 나타난다면 협의를 거치고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평준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외고 등은 2025년까지 지위가 유지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이달 중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 확대 비율을 발표하면 진학률이 높은 학교 위주로 새로운 고교서열이 생겨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일단 30%대에서 정해지면 예년에 비해 선호도가 높아지지 않겠지만 40~50%대가 된다면 정시모집이 유리한 자사고·특목고로 몰릴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열악한 일반고를 집중 지원하기 위한 ‘고교학점제 선도지구’가 강남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선도지구는 농·산·어촌을 비롯한 교육 소외지역의 여건을 높여나가기 위해 교육소외지역 일반고와 여건이 좋은 자사고·특목고를 연계해 일반고 수준을 높이는 모델이다. 기존 특목고와 교과특성화학교 등을 연계해 학교 간 심화·전문과목을 공동개설하고, 진로설계·진학컨설팅 등 비교과 프로그램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선도지구에 위치한 학교는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율권을 확대하고, 지역거점대학과의 연계를 추진한다.

유 부총리는 “농어촌과 동시에 서울이나 대도시 광역단위에서 시도교육감과 협의해 필요하다면 선도지구로 우선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필요한 곳을 선도지구로 지정하고, 선도모델로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대신 강북이나 목동을 제외한 강서지역, 송파를 제외한 강동지역 학교들을 권역으로 묶어 추가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의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현재 혁신학교나 혁신교육지구 기피현상처럼 사실상 열악한 학교라고 낙인을 찍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기존 특목고 등에 대한 재정지원 등 유인책이 크지 않다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운영될 공산도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