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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고꾸라지고 양극화는 심해져… ‘한국의 비극’에 직면”

입력 | 2019-11-05 03:00:00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 쓴소리




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국정성과와 향후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 정부의 경제, 사회 정책이 성과를 거둔 측면도 있지만 한계 역시 노정했다고 평가했다. 첫줄 왼쪽부터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뉴스1

4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한 토론회는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둔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고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조국 사태’ ‘공정’ ‘성찰’ ‘참여정부 트라우마’ 같은 단어가 쏟아졌다는 것은 대통령직속 기구에서조차 현재 상황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참석자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사회안전망 강화 등 경제와 사회 수준을 질적으로 높이는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고 했다. 하지만 성장률이 고꾸라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등 한계를 노정했다고 평가했다.


○ 소주성 성과 자축 대신 정책 수정 거론

정책기획위가 앞서 5월 ‘2년의 변화, 3년의 희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 출범 2주년 정책 콘퍼런스를 열 때만 해도 정책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당시 발표자들은 일자리 창출과 권력기관 개혁 등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의료비 부담 경감, 노후생활 안정 지원,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신장, 취약계층의 사회보장 강화, 재난안전 체계 구축 등을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했다. 토론자들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역사적 의미가 있는 정책으로 평가하거나 복지 노동 중심의 사회 정책을 지지하며 일관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책의 한계를 짚어내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은 ‘조국 사태’와 검찰의 대응, 대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공정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했다.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높다는 뜻이지만 역으로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정부가 많은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청년실업, 삶의 질 저하, 출산율 하락, 행복도 저하 등과 같은 ‘한국의 비극’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분야의 공과를 평가한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정부 정책이 거둔 긍정적 효과에도 재정건전성 악화, 사회 갈등 해소 실패 등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질적 성과를 추구하다가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성장의 과실이 고소득층에 쏠리는 등의 부작용도 많았다는 것이다.

또 소득주도성장의 간판 정책 격인 최저임금 인상은 정책적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하다고 했다. 반면 혁신성장은 국민의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강 본부장은 “단기적 경기 반전에 집착하지 말고 혁신에 있어 정부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 핵심 지지층 제외하곤 세력 확장 안 돼

현 정부의 사회 분야 성과에 대해 참석자들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올해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 격차가 악화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개선되지 않는 등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계층 간 사라져 버린 사다리, 높은 주거비용, 미세먼지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초기 정책 방향을 성과로 못 이끌어낸 것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자리 시장의 임금 차별 등을 개선하려면 정부의 핵심 정책인 공공 일자리 증가보다는 직무 중심의 임금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은 2년 6개월이 ‘브레이크 없는 우향우’의 시간이 될지 우려스럽다.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출범 당시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신 교수는 “1기 내각과 2기 내각에서 사회 정책의 방향을 이해하고 추진할 실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며 “대통령 지지율에 의존하느라 당초 제시한 비전과 목표를 철회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결국 ‘조국 사태’가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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