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에 대한 ‘사회인식 실험’해보니
중증 건선 환자로 특수분장한 남자 배우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뒤쪽 사람들이 멈칫하며 수군거리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본보는 12일 건선 환자가 겪는 사회의 부당한 시선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배우가 건선이 많이 나타나는 부위인 팔 얼굴 손톱 두피 등에 중증 건선 특수분장을 하고 사람들이 많은 다양한 장소에 나갔다. 일반인은 이 배우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건선맨’을 동행 취재했다.
○ 옮는다는 편견 등 스트레스로 증상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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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점 직원은 “피부가 왜 그렇게 됐느냐. 아프지는 않냐”고 걱정해줬다. 회사 휴게소에서 한 여직원은 계속 건선맨을 쳐다보며 자신의 팔을 긁기도 했다. 청계천에서 건선맨이 지나는 시민들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쓸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절반 이상은 거절했다. 그냥 무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건선 환자들은 공중목욕탕 수영장 헬스장 같은 공공장소를 출입할 때 직간접적으로 제약을 받거나 직장생활이나 결혼 및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피부 각질과 발진 증상이 보기에 좋지 않고 ‘전염된다’는 편견의 영향이 크다.
한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건선 환자 83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건선 증상으로 차별 또는 굴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54%는 업무 수행에 지장이 있었다고 했고 43%는 과거 또는 현재 대인관계에 영향을 줬다며 사회생활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자신감이 하락하고(39%) 우울감도 느끼는(32%) 등 건선이 삶의 질 저하에 심한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했다. 건선 환자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갖게 될 위험이 건선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다. 스트레스는 병세를 악화시켜 건선 환자들로서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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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은 피부뿐 아니라 두피나 손발톱에도 발생할 수 있고 건선 관절염, 심혈관계 질환, 대사성 질환 같은 전신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특히 건선 관절염은 치료가 6개월만 늦어져도 관절이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받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선은 올바른 치료를 받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증상이 완화되고 재발 역시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건선 환자는 약 16만5000명(전체 건선 환자 약 150만 명 추정)에 불과하다.
질환에 대한 정보와 올바른 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아 다른 피부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는 등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건선 환자는 건선에 걸리기 전과 같은 건강하고 깨끗한 피부로 돌아갈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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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은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는 만큼 정확한 조기 진단과 명확한 치료 목표 수립, 그리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주변 사람들의 격려가 중요하다. 최근 개설한 건선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개설한 건선 웹사이트(www.geons
eon.com)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조성진 교수는 “건선은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특징 때문에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가 낮거나 치료 도중 포기하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며 “건선 전문의를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깨끗한 피부뿐 아니라 건강한 일상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