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과 만난 ‘을지로3가 프로젝트’ 세운상가 장인 작업물 예술작품으로 변신 핫플레이스 가게 12곳 미술품 전시장으로 골목길 청소년센터 지역 커뮤니티 새단장
서울 중구 을지로 세운상가 3층과 대림상가를 잇는 공중보행교(1)는 탁 트인 전망의 루프톱으로 힙스터 젊은이들이 찾는 명소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호랑이 카페’엔 ‘그리스인 조르바’ ‘어린왕자’ ‘이방인’ 등 문학작품을 재해석한 문신기 작가의 그림이 걸려 있다(2). 신한카드 제공·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을지로에 들어선 가게들은 대개 크고 특별한 간판을 내걸지 않는다. 작은 입간판을 내놓거나, 계단 한쪽에 붙은 포스터가 간판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숨어 있는 을지로의 명소를 공공미술과 디자인으로 해석해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을지로3가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1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지하보행로에는 70여 m에 이르는 구간에 ‘을지로 사이’가 오픈했다. 신한카드와 서울교통공사, 굿네이버스가 함께 만든 문화예술 전시공간으로, 세운상가의 장인들과 을지로의 핫한 가게들의 이야기가 예술작품으로 전시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계탑 광장. 파리, 런던, 베이징,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시간을 보여주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계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을지로를 상징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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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민 작가의 전통민화로 꾸며진 ‘커피 한약방’(3), 함영훈 작가의 미디어아트 ‘LOVE’를 전시한 카페 ‘그랑블루’(4), 잭슨심 작가의 유쾌한 ‘드림판타지’를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 ‘촙촙’(5) 등 ‘을지로 아트위크’에 참가한 가게들의 모습. 올해 3월에 재단장해 문을 연 서울청소년센터 1층 문화공간(6), 1일 을지로3가역 지하보행로에 조성된 ‘을지로 사이’에 전시된 소방장비와 전자제품(7), 세계 주요 도시의 시계로 장식된 메트로 광장(8). 신한카드 제공·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소상공인과 장인, 예술가를 연결시키는 ‘을지로3가 프로젝트’는 2년 전부터 시작됐다. 신한카드 본사가 을지로로 옮겨오면서 지역의 중소상공인 가맹점과 상생프로젝트를 펼친 것. 기업이 도심재생을 통해 사회공헌을 하는 일은 매우 드문 시도였다. 올해 3월에는 어두운 골목길에 있던 낙후된 서울시립청소년센터를 지역과 사람, 문화를 잇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단장했다. 이곳에서는 을지로를 다룬 독립출판물, 전문매거진, 영상 콘텐츠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고강석 신한카드 브랜드기획팀 부부장은 “을지로 고유의 지역 문화와 자산을 활용하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16일부터는 을지로 12곳의 가게와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팝업 전시인 ‘을지로 아트위크’도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허준 선생이 환자를 치료하던 ‘혜민서’ 자리에서 운영 중인 ‘커피 한약방’에서는 전통민화가 김제민 작가의 ‘향기약방’ 전시가 열리고 있다. 벽에 걸려 있는 아티스트 부채로 마치 한약을 달이듯 정성껏 커피를 식혀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혜민당’에서는 디저트를 풍경으로 담은 조은아 작가의 이색적인 동양화, 그리고 동양화를 닮은 특이한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그랑블루’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함영훈 작가의 ‘LOVE’가 전시되고, 세운상가 ‘호랑이 카페’에는 카프카의 이방인 등 문학작품을 재해석한 문신기 작가의 그림이 전시된다. 12곳의 가게에서는 취향에 따라 을지로를 즐길 수 있는 ‘을지로 컬처맵’을 나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