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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다르다고… 가게에 침 뱉고, 불매운동은 아니지 않습니까”[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입력 | 2019-10-22 03:00:00

정권 비판했다 공격당한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그로 인해 집단 공격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일개 떡볶이 장수의 페이스북 글에도 프레임을 걸고 불매운동과 인신공격을 하는 현실. 지금 ‘열린 사회의 적’은 누구인가.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2019년 대한민국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됐다. 다른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편끼리도 지적을 하면 문자·댓글 공격을 폭탄처럼 쏟아붓는다. 양식 있다던 진보 지식인들도 무서워서인지, 동의해서인지 별말이 없다. 조국 사태로 격화된 이런 상황은 재벌 회장도, 고위 공직자도 아닌 떡볶이 장수에게까지 튀었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39)는 15일 “페이스북에 해시태그 하나 올린 게 이렇게까지 번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

―조국 사태의 상징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됐는데 어떻게 시작된 건가.

“원래 페이스북에 평소 일상이나 신앙, 정치 등과 관련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썼는데 밑에 ‘#코링크는 누구 거’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최순실 사태 때 ‘#그런데 최순실은’이란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그러다 지난달 말 해시태그를 ‘#코링크는 조국 거’로 바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핵심 인물인데 가족들만 조사받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이 공유하면서 일이 커졌다. 내 글을 공유해 가면서 ‘국대떡볶이 대표라는 사람이 코링크가 조국 거라고 합니다. 불매운동 갑시다’라고 한 거다.” (문 대통령 지지자라는 건 어떻게 알았나.) “내 글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 사람 페이스북에 가서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이니 건드리면 눈알이 터져’ 이런 게시물도 있고….” (본문도 아니고 단지 해시태그 때문에 시작됐다는 말인가.) “그렇게 시작됐다. 단지 해시태그를 보고….”

※‘이니’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을 부르는 애칭이다.

―이런 논쟁을 겪어본 적이 없었을 것 같은데….

“당연히….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위장약을 먹을 정도였고, 빨리 불을 끄고 싶었다.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그런데 좀 생각해보니까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더라. 누구나 개인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데 그걸 이유로 불매운동을 당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 “처음 하루 이틀 정도는 매출이 떨어졌는데 그 다음부터는 구매운동이 일어 지금은 가맹점별로 매출이 평균 50∼100% 정도 늘었다. 가맹점주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어했다. 본사는 물론이고 각 가게로 전화를 해 쌍욕을 하고, 가게에 가래침을 뱉고 가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찾아와서 업주를 무섭게 노려보고 가기도 하고…. 겁에 질려 ‘대표 때문에 나 망하게 생겼다.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하는 점주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 타협을 하는 게 보통 아닌가.

“주변에서 사과하고 끝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말했지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더라.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는 식인데…. 내 생각을 밝힌 것이 불매운동을 당해야 할 일인가. 그리고 대체 누구에게 사과하라는 건가. 친문 지지자들? 그 사람들은 내 약점이 가맹점에 피해가 가는 거란 점을 알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무기로 쓴 건데…. 우리 가맹점주들이 오히려 부당하게 재산권을 위협받은 피해자 아닌가. 보호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그래서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더 강하게 나갔다.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글을 올리고, 불매운동 하자는 사람들 페이스북에 들어가 게시물 캡처해서 내 페이스북에 올렸다. 언론에도 알리고….” (국대떡볶이가 호남에 가맹점이 두 개뿐이라 현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비난도 있더라.) “하하하. 정말 그렇게 말하는 게 잘못된 건데…. 내가 고향이 대구고 보수라 호남에 가게를 안 연다고 한다. 사업하는 데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도 그렇고 모든 사업은 인구 수와 시장 크기에 비례할 수밖에 없는데….”

※국대떡볶이 가맹점 64곳(자체 홈페이지 기준) 중 호남은 2곳, 부산 대구 경남·북은 8곳이다.

―페이스북에 쓴 글 때문에 시민단체에서 고발까지 당했다.

시민단체의 고발장.

“그렇게 알고는 있는데… 나도 언론을 통해 경찰에 접수됐다고 간접적으로 들었을 뿐 아직 고발장을 직접 받지는 못했다. 그래서 정확한 내용은 아직 잘 모른다. 단지 고발장을 받으면 대응하려고 변호사는 선임했다.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것과는 별개로 나도 악플을 단 사람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다.” (어떤 내용인가.) “내가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았다고 하더라.”

※시민단체인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가짜뉴스 국민고발인단’ ‘자유한국당척결 국민고발인단’ 등은 지난달 27일 김 대표가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훼손을 통해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에 고발했다.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고도 한다.

“하…. 정말 앞뒤 안 가리고 하는 무조건적인 비난인데…. 세상에 대통령 걸고넘어지는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회사를 본 적이 있나. 회사는 세무조사 등 권력에 의해 공격받기가 아주 쉽다. 그런데 대통령을 향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니…. 원래 매장도 좀 새롭게 구성하고 사람도 영입하는 리뉴얼을 막 실행할 참이었는데 이 일 때문에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이 사안이 터질 당시에 회사는 흑자였다. 설사 망하고 있다고 한들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면 더 빨리 망하지 살아나겠나.”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대떡볶이 가맹점 수는 2015년 99개에서 2017년 74개로, 같은 기간 매출은 80억 원에서 51억 원으로 떨어졌다.

―가맹점 중 하나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노조의 압력으로 퇴출될 위기라고 했던데 사실인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 치과병원 지하 1층 구내식당을 위탁운영하는 업체가 있다. 이 업체가 우리와 기본 2년에 이후 1년씩 연장하는 조건으로 가맹점 계약을 맺고 떡볶이를 팔았다. 지난달 16일 문을 열었는데 다른 지역처럼 단독 매장을 차린 건 아니고 주방시설을 이용해 식당 메뉴에 추가해 판 것이다. 병실 배달 서비스도 하고…. 초반에는 하루 50만 원 정도로 매출이 아주 좋았다. 홍보만 좀 더 하면 하루 100만 원까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 크기에서 100만 원이면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 열고 보름 정도 지났는데… 그때가 내가 문 대통령 비판한 걸로 한창 이슈가 될 때였다. 갑자기 업체에서 면담 요청이 왔다. 병원 측에서 국대떡볶이 상호를 안 보이게 하고, 병실 배달도 하지 말라고 한다고…. 병원 노조가 그렇게 항의한다는 거였다. 이후 매출이 하루 10만 원 정도로 떨어져 계약을 해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루 10만 원이면 한 사람 인건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니까…. 해지하면 패널티나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그런 문의를 한 거다.”

※서울대 치과병원 지부는 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이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가봤는데 아직은 영업을 하고 있던데….

“업체 이야기를 듣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이런 내용을 언론에 제보했다. 그 후 병원과 노조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자 자신들은 그런 적이 없다며 한발 빼더라. 이 때문에 가맹점은 폐점도 못 하고, 전처럼 제대로도 못 하고 애매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중간에 낀 가맹점이 사실 제일 불쌍하다. 노조가 겁이 나 폐점도 못 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고 있으니까….” (노조가 폐점을 압박했다면서 업체는 겁이 나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처음과 달리 사안이 커져 지금 실제로 폐점을 하면 병원과 노조에 다시 엄청난 비난 여론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병원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그런 점도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거다. 사실 피해자인데…. 중간에서 곤란한지 ‘우리가 언제 해지한다고 했느냐’라고도 하더라.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가맹점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진짜 해지한다고 하면 위약금 같은 건 안 받으려 했다.”

―과거 일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을 누드화에 합성하고, 잘린 머리를 쇠막대기에 매달아 시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 비판은 표현의 자유를 넘는 것이라며 당신을 비난한다.

“나는 이 점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 얼굴을 누드화에 합성하고, 머리를 죽창에 매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패륜이고 인격모독이라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나 또한 문 대통령을 그렇게 대해서는 안 되고…. 하지만 누군가의 사상이나 생각은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상현 대표=대구대 체육학과 재학 중 입대. 제대 후 복학하지 않고 몇몇 사업을 했으나 실패한 뒤 고향 떡볶이집 할머니에게 떡볶이 만드는 법을 배워 2008년 12월 이화여대 앞에 포장마차를 차렸다. 이듬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국대떡볶이 1호점을 냈는데 1년 반 만에 매장이 60여 개로 늘 정도로 성공했다. ‘국대’(국가대표의 줄임말)는 투박하고 한국적이면서 좋은 의미를 가진 이름을 찾던 중 친구와의 대화에서 우연찮게 떠올랐다고 한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