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학들 학종 부정 자체검증에 ‘구멍’

입력 | 2019-09-30 03:00:00

최근 5년간 부정 적발 모두 9건
6건은 외부조사-제보로 드러나… 대학측 “서류 진위까지 검증 못해”




대입의 계절… 미대 수시모집 실기시험 29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 체육관에서 미술 전공 수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실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15년 12월 서울시립대가 2016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한 직후 한 건의 제보가 학교 측에 전해졌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통해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한 A 학생의 봉사활동 실적이 ‘가짜’라는 내용이었다. 대학은 봉사기관의 기록과 입시서류를 대조해 허위 내용을 확인하고 A 학생에게 ‘합격 취소’를 통보했다.

A 학생처럼 학종 부정으로 적발된 사례가 최근 5년간 9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학이 전형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적발한 건 3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에 학생 36만 명이 학종으로 대학에 입학한 걸 감안하면 서류 검증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별 학종 부정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전국 198개 대학에서 적발된 학종 부정은 6개 대학의 9건이었다. 건양대가 3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전북대(2건), 명지대 삼육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각 1건) 순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수시 학종 입학자는 약 36만5000명이다.

적발된 내용을 살펴보면 9건 중 6건은 외부 기관의 조사 및 제보로 문제가 드러났다. 대학이 입시 과정에서 자체 적발한 것은 건양대 3건뿐이다. 성균관대와 삼육대에서는 입학생 어머니가 같은 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자녀의 학생부를 조작했다. 조작된 학생부를 앞세워 대학 합격까지 성공했다. 해당 대학들은 교육청과 경찰의 조사 결과를 통보받고 입학을 취소했다.

전북대에서는 교육부가 ‘교수 자녀 논문저자 등재’ 실태를 조사한 이후인 올해 8월 2건의 학종 입학취소 사례가 나왔다. 전북대 교수 B 씨가 자신의 논문에 자녀 두 명을 공저자로 등록한 게 드러난 것이다. 2015년과 2016년에 입학한 B 씨 자녀들은 4, 5년이 지나고서야 입학이 취소됐다.

현장에서는 대학의 전형 환경을 감안할 때 자체적인 부정 적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입학 과정에서 이의 제기가 들어오지 않는 한 우리가 하나씩 서류 검증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0∼45일 정도에 불과한 학종 평가 기간에 서류 진위까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른 입학사정관은 “대학은 학생부에 있는 내용을 일단 믿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고교에서 거짓 학생부 활동을 걸러내 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종을 비롯한 13개 대학의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의원은 “교육부가 학종 검증에 나섰지만 대학이 자체적으로 부정을 걸러낼 능력이 없다면 비슷한 문제가 또 반복될 것”이라며 “수시 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학종의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비교과 대상을 검증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