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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동현 은퇴식 “LG 위해 숨은 조력자 되겠다”

입력 | 2019-09-29 12:18:00

"프랜차이즈 스타? 과분하다"
부모님 떠올리며 눈물




LG 트윈스의 불펜투수 이동현(36)이 은퇴식을 갖고 지난 19년 동안의 야구 인생을 되돌아봤다.

이동현은 29일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리기 전 잠실구장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2001년 LG에서 데뷔한 이동현은 19년간 LG 선수로만 뛰었다. 무려 700경기에 등판해 53승 47패 41세이브 113홀드 평균자책점 4.06의 성적을 올렸다. 한 팀에서 700경기를 뛴 투수는 이동현이 유일하다. 이날 두산과의 라이벌전에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동현은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수식어에는 손사래를 쳤다. 팬들에게 보여준 게 부족하다고 부끄러워했다.

이동현은 “19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야구를 잘 하지도 못했는데 은퇴식을 만들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어제 잠을 잘 못잤다. 신경을 많이 썼다. 은퇴에 대한 감이 잘 안오더라. 선수로서 마지막 오는 잠실구장이라 뜻깊게 하려 했는데 잘 안됐다. 감기도 걸리고 몸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700경기 출전에 대한 자부심에 대해 “자부심은 없다. 19년 동안 700경기에 나간 거 뿐이다. 어떠한 선수들도 조금만 열심히 하면 내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등판 기회를 잡는다면 최고의 공을 뿌리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19년 동안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허투루 경기에 올라간 적은 없다. 은퇴 경기라도 전력을 다해서 던지겠다. 몸을 만들지 않은 지 한달 정도 됐다. 며칠전부터 캐치볼을 하면서 컨디션을 조율했다. 최고의 힘으로 던질 생각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아무래도 감독님이 부담 없는 상황에서 써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단 한 타자라를 상대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던질 생각이다”고 투지를 보였다.

은퇴 시즌에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에 대해 “유광 점퍼는 무거운 의미를 주고 있다. 동생들이 은퇴를 위해서 선물을 줬다고 생각한다. 동생들 때문에 명예롭게 은퇴를 한다고 생각해서 고맙다. 같이 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박수 칠 수 있는 것으로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2년을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이동현은 그해 무려 78경기(124⅔이닝)에 등판해 8승 3패 7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이동현은 “2002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팬들이 너무 많이 던진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당시 김성근 감독님이 믿고 기용을 해주셨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몸관리를 잘해서 조금이라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1점이라도 덜 주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많이 해봤다. 최근 김성근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다. 불사조 같았던 선수, 어리게만 느껴졌던 선수가 벌써 은퇴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하시더라. 통화하면서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한국야구와 LG 후배들에게 조언을 했다.

이동현은 “내가 한국 야구에 대해 깊게 얘기 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조심스럽다”며 “올해 타고투저도 있었겠지만, 선수들의 쇼맨십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된다. 선수들이 마운드, 타석에서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 팬들의 열광이 식지 않았나 생각된다. 내가 신인 때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자신감이었다. 그런 것들이 부족하다보니 야구가 퇴보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LG의 동생들은 앞으로 10년 이상 팀을 이끌 것이고, 우승을 할 수 있는 재산이다. 내 조언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여러 생각과 상황들에게 매번 이야기를 해줬다. 정우영, 고우석 등 젊은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 나중에 은퇴해 후회하기 보다 지금 최선을 다한다면 더욱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멀리서나마 응원할 것이다. 언제든지 도움줄 수 있는 선배가 될 것이다. 향후 뒤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이날 LG의 시구자는 이동현의 아버지다. 이동현은 시구자로 아버지를 모시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부모님이 어렵게 사셨다. 아버지께서 다른 집에서 일을 도와주신다. 그 집에 내 유니폼이 걸려있었는데 우리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을 못했다고 하더라. 어머니도 아버지에게 아들이 이동현이라고 말하면 창피하다고 하지 말라고 하셨다. 부모님은 야구장에도 오시지 않았다. 시구한 후 아버지와 진하게 포옹을 하고 싶다. 최근 아버지와 처음 소주를 마셨는데 고맙다고 하시더라. 오늘 나는 울더라도 부모님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