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최고법원이 24일(현지시간) 구글은 ‘잊힐 권리’를 전 세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잊힐 권리란 시효가 지났거나 부적절한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BBC·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이날 온라인 상에서 잊힐 권리를 국경을 초월해 적용해야 하는 지를 두고 벌인 구글과 프랑스 정부의 법정 소송에서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ECJ는 “현재 EU 법상에는 정보 주체로부터 링크 해제(de-referencing) 요청을 받고 승인한 검색엔진 운영자들한테 해당 작업을 검색엔진의 모든 버전에서 수행하게 강제하는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구글이 사용자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았을 때, 유럽 내에서만 해당 링크를 제거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BBC는 설명했다.
‘잊힐 권리’ 소송은 구글과 프랑스 사생활보호 당국의 다툼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4년 5월 ECJ는 유럽 거주자들이 구글과 같은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검색되는 링크를 지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5년 6월 프랑스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는 구글에 ‘잊힐 권리에 따른 개인정보 삭제를 전 세계로 확대해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은 링크가 제거된 정보는 유럽 사용자들이 볼 수 없도록 하는 지오 블로킹(geo-blocking·특정지역 접속차단) 기능을 도입했다. 그러나 검색 제한을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라는 요구에는 반발했다.
구글은 잊힐 권리의 글로벌 적용은 인권 유린과 같은 상황을 은폐하려는 독재 정권에 의해 남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위키피디아 소유주인 위키미디어 재단, 미 비영리단체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 영국의 표현의 자유 캠페인 그룹 아티클 19 등이 구글을 지원했다.
마키에즈 슈푸나르 ECJ 고문은 올해 초 법원에 보낸 구속력 없는 의견서에서 잊힐 권리는 유럽 내에만 국한된다는 해석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특히 EU의 온라인 규제가 유럽 국경을 넘어서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결정할 중요한 사례로 여겨졌다.
구글은 판결 이후 “2014년부터 우리는 유럽에서 잊힐 권리를 시행하고, 사람들의 정보 접근권과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 왔다”며 “법원이 우리 주장을 받아들여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