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인도네시아 사업장 가보니
인도네시아 자와티무르주 파수루안시에 자리 잡은 KT&G 생산공장. R&D센터를 비롯해 약 17만 ㎡ 규모로 900여명이 일하고 있다.
1차 생산공장 내 관제실에서 인도네시아 직원들이 담뱃잎의 습도와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를 하는 모습(위 사진). 김종오 KT&G 인도네시아 제조법인장이 현지 직원들과 생산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ESSE’ 로고가 새겨진 잔디밭을 지나 연구개발(R&D)센터에 들어서자 첨단 분석기기와 더불어 약 30종의 잎담배 샘플을 모아 놓은 캐비닛이 눈에 들어왔다. 클로브(clove) 혹은 정향(丁香)으로 불리는 말린 꽃봉오리 샘플들도 종류별로 비치돼 있다. 정향은 은단과 비슷한 향을 풍기는 독특한 향신료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즐겨 피우는 크레텍(Kretek) 담배의 주재료다. 이곳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잎담배와 정향을 적절히 혼합해 최상의 맛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의 음식문화를 고려해 망고와 꿀, 애플민트 향을 첨가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 필터에 혀를 대보니 향긋한 과일 향과 함께 설탕을 바른 듯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KT&G가 이처럼 다양한 단맛을 첨가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인도네시아 시장이 유일하다.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 덕분에 올 4월 출시한 ‘에쎄 체인지 주시’는 판매 5개월 만에 4억 개비가 넘게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대형 편의점인 알파마트에서 에쎄 시장점유율은 13.3%(올 7월 기준)로 전체 브랜드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KT&G는 올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15% 늘어난 1226억 원의 매출액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오 KT&G 인도네시아 제조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R&D센터를 구축함으로써 현지인들의 취향을 제품 개발에 신속히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며 “본국에서 축적한 궐련 담배 노하우와 인도네시아 특유의 크레텍 담배 기술을 적절히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에 있는 KT&G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의 권민석 법인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직원들(위 사진). 아래 사진은 R&D센터에서 현지 직원과 주재원이 제품 성분을 분석하는 모습.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2차(secondary) 생산시설도 각초(잎담배를 잘게 자른 것)에 필터를 부착한 뒤 종이로 포장하는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정년퇴직한 뒤 최근 재취업돼 인도네시아 직원들에게 정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60대 한국인 고참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일자리 해결과 더불어 퇴직자들의 경륜을 활용하는 일거양득의 조치인 셈이다.
KT&G는 현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본사에 위탁교육을 보내는 한편 교육전담 매니저를 두고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2022년까지 연간 100억 개비 생산을 목표로 향후 3년 동안 생산설비를 두 배로 늘리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권민석 KT&G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장은 “성과에 따른 보상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10년 내 인도네시아 담배시장 1위로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