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 비서장뿐만 아니라 데모시스토당 지도자인 아그네스 초우, 네이선 로 모두 20대 초중반이다. 이번 홍콩 시위는 시위대의 57.7%가 20대로 조사되는 등 청년의 분노가 두드러진다. 미 경제매체 CNBC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20대는 ‘중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는 응답이 9%에 불과할 정도로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하다. 웡의 아버지는 정보기술 전문가이고,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위태로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앞에서 웡과 같은 20대가 느끼는 위기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홍콩 시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연결되고 조직됐다. SNS는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해 국제사회와 소통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반(反)정부에 머물지 않고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지지를 결집시키고 있다. 웡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화를 위해 군부에 맞서 싸운 경험이 있는 한국이 홍콩 지지 발언을 해주길 바란다. 무역을 이유로 인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을 향해서는 “홍콩에 진압용 무기 수출과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곧 방문할 미국에는 “미국-중국 무역협상 의제로 홍콩을 올리고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한다. 30년 전 톈안먼 사태보다 한층 진화한, 세련된 저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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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