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블레넘궁에서 전시 중이던 70억 원 가치의 ‘황금변기’가 14일 사라져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B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 영국 중남부 옥스퍼드셔에 위치한 블레넘궁에 설치됐던 예술작품 ‘황금변기’가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오전 4시 50분 경 다수의 절도범이 2대의 차량을 이용해 황금변기를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 블레넘궁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수의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었지만 황금변기만 사라졌다.
‘황금 변기’의 정확한 작품명은 ‘아메리카’.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만든 작품이다. 전체가 18K 황금으로 만들어지다보니 가치가 무려 480만 파운드(약 70억 원)에 달한다. 인간의 탐닉과 과도한 부를 풍자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최고급 식당에서 값비싼 식사를 하든 맥도널드에서 싸구려 햄버거를 먹든 배설물이란 결과는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찰은 절도사건 용의자로 보이는 66세 남성 1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다만 황금 변기는 여전히 찾지 못한 상태다. 황금변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데도 사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장식을 위해 반 고흐의 그림 한 점을 대여해 달라”고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요청했다. 그러자 당시 미술관 큐레이터인 낸시 스펙터는 2016년부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황금변기를 대여해주겠다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낸시 스펙터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