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하지만 경종의 어릴 적 경기는 간질로 발전해 죽을 때까지 그를 괴롭혔다. 평생의 트라우마였다. 결국 그는 간질 치료를 위해 반복해 먹은 약물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간질의 근본원인인 심화(心火·열)를 내리기 위해 먹은 찬 성질의 약들과 이로 생긴 설사가 문제였다. 찬 약과 설사약의 반복된 복용은 경종의 위장기능을 떨어뜨리고 밥맛을 잃게 했다. 경종은 입맛을 되돌리기 위해 성질이 찬 게장과 생감을 과식했고 그로인해 유명을 달리했다. 이는 경종에 대한 ‘영조 독살설’의 단초가 됐다.
어린 세자의 경기 증상이 계속되자 제조 목내선은 민간처방을 소개한다. 바로 백회혈에 대한 뜸과 ‘백구(하얀 개)의 개똥(白狗糞汁)즙’ 복용이었다. 그는 “백회혈의 뜸은 어린 세자가 감당하기 힘들고 개똥은 불결해 복용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내가 직접 복용해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을 받았다”며 권했다. 이 즈음 제조들 사이에 세자에게 우황포룡환, 용뇌안신환 등 열을 내리는 약물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첫돌을 막 넘긴 세자에게 적극적인 침뜸 치료나 직접적인 약물처방은 불가능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제조들이 특별한 약물 복용 방법으로 제안한 것이 ‘유도(乳道)’였다. 유도를 직역하면 ‘수유의 법도’로 해석되지만 한의학에선 약 성분을 유모의 젖을 통해 아이에게 간접 전달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유모가 독한 약을 먹으면 그 성분이 젖을 통해 중화돼 아이에게 전달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실제 유도는 함부로 약을 쓰기 어려운 유아들을 위한 치료법으로 활용돼 왔다. 동의보감은 ‘유즙에는 열을 내리고 보하는 효능이 있어 열이 날 때 젖을 먹이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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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