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장면 2. 며칠 전 마흔에 접어든 부서장, 대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부서장은 젊은 세대와 어떻게 호흡을 맞춰 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두 가지 장면이 겹치면서 직장에서 젊은 밀레니얼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소통과 협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TV 프로그램에서 첫 작업을 한 유희열과 이적은 다음 사람에게 자신의 작업을 넘긴 후에는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 다만 화면을 통해 그들이 넘겨받은 음원을 놓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발전시키는지를 지켜볼 뿐이다.
물론 업무의 성격이나 팀원들의 능력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결과물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思考) 실험은 밀레니얼 세대나 선배 세대 모두에게 몇 가지 생각할 점을 제공한다.
첫째, TV 프로그램에서 음원을 넘겨받은 후배 뮤지션들은 나이나 경험이 짧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트렌드에 대해 더 좋은 감각을 가질 수 있고, 선배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는 있으나 컴퓨터를 더 능숙하게 다루고 나름의 음악적 전문성을 갖고 있다.
아마도 직장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일하는 상상을 할 때 일부 선배 세대들은 “직장의 후배 직원들은 젊은 뮤지션과 같은 전문성을 아직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믿고 맡기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뮤지션들의 전문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밤낮없이 집중해서 경험을 쌓아온 덕분에 만들어진 것도 상당 부분 있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만의 전문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는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선배들은 과연 후배 직원들을 얼마나 믿고 기회를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혹시 지나친 개입은 내가 선배로서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욕구나 그들의 잠재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후배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 선배일까?
많은 조직들이 밀레니얼 세대와 어떻게 소통하고 일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회의에서 선배의 과거 무용담을 듣느라 정작 밀레니얼 세대가 업무시간 중 일할 시간을 뺏긴다면, 주말을 붙여 2주간의 휴가를 가는 것에 대해 눈치를 봐야 한다면, 업무 지시를 내려놓고 자꾸만 간섭과 확인을 한다면 그들과의 소통과 협업은 힘들다.
TV 프로그램에서 만난 뮤지션들과 그들이 일하고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40대 이후 직장인에게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을 준다.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을 잘하고 보다 거리를 줄이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그들과 거리를 띄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