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시즌이 한창일 때 내려진 2군행 조치. 이대호(37·롯데 자이언츠)가 전국구 스타로 자리매김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잠시 팀을 떠난 사이 이대호도 느낀 바가 많았을 터. 이제 롯데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데 초점을 맞출 때다.
롯데는 10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이대호를 콜업했다. 이대호는 8월 3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9월 2, 3경기가량 남겨둔 잔여 일정 시기를 제외하고 이대호가 2군에 내려간 건 2003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전반기 종료 직후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자진사퇴한 뒤 김종인 대표이사의 선수단 개입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후반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리빌딩 기조를 천명했다. 이대호도 과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말소 당시의 공식 사유는 ‘손목 통증’이었지만 이대호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대호와 롯데 모두 서로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등록 가능 시한이 되자마자 1군 부름을 받게 됐다.
중심에서 해결해줄 선수가 없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기간 4번타순은 전준우, 제이콥 윌슨, 한동희가 번갈아 소화했지만 이들은 타율 0.182, OPS(출루율+장타율) 0.576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이대호는 올 시즌 122경기에서 타율 0.284, 15홈런, 86타점, OPS 0.794를 기록했다. 연봉(25억 원)에 맞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타격 능력만으로는 팀 내 최상위 수준이다.
이대호의 존재감은 단순히 기록적인 부분에서 그치지 않는다. ‘덕아웃 리더’로서의 역할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주루 플레이 하나부터 최선을 다하고, 설령 벤치에서 대기할 때도 후배들에게 박수와 독려를 아껴선 안 된다. 그래야 이대호의 후배 선수들이 맘껏 기를 펼 수 있다.
원년 팀 최초 10위. 롯데는 최악의 불명예에 임박한 상황이다. 롯데와 이대호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