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박물관서 2주기 추모전… 모교에 기증한 그림 30여 점 전시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했는데도’ (1994년) 연세대박물관 제공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1951∼2017)의 유품 정리·기증을 맡았던 박혜진 북리뷰 편집장은 5일 이렇게 말했다. 그날은 마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된 날이었다.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박물관에서는 전시 ‘마광수가 그리고 쓰다’가 개막했다. 고인이 남긴 그림 100여 점 가운데 30여 점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유족은 고인의 책 1만여 권과 유품, 그림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그가 사용했던 책상, 안경, 육필 원고는 물론이고 마지막으로 태운 담배와 재떨이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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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키스’ (1993년) 연세대박물관 제공
마 교수는 생전에 예술에 있어서 글과 그림은 큰 차이가 없다고 자주 얘기해왔다. 본인이 예술에서 상징의 의미를 공부했기에, 시건 에세이건 소설이건 그림이건 표현의 출발점은 같다고 봤다. 전시된 그림의 다수는 책에 삽화로 실렸던 작품이다.
1994년 첫 개인전 도록에선 “자유분방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꿈꾸는 나의 미술가적 기질이 문학작품에도 반영돼 탐미적 묘사를 가능하게 한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89년 첫 신문 연재 칼럼에 삽화를 그리던 고인은 1992년 말 벌어진 ‘즐거운 사라’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두 달 동안 구치소 신세를 지고 나서, 강의까지 쉬게 되어 갑자기 많은 시간을 갖게 됐다. 재판에도 신경 써야 하고, 표현의 자유가 어이없게 유린된 데 대한 울화도 삭여가며 하루하루를 때워 나갔기에 글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러다 다도화랑 대표로부터 초대전 제의를 받아 용기 내 화필을 잡았다.”
그의 육필 원고가 놓인 책상과 작품 ‘어려운 책은 못 쓴 책’을 전시한 공간 앞 장미꽃과 담배 두 갑이 놓인 모습.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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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그의 육필 원고도 처음으로 공개한다. 유족과 지인들은 “고인이 남긴 글과 그림을 통해, 윤동주와 상징 시학을 연구했던 학자이자 예술가였던 마 교수의 세계가 제대로 평가받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12월 31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