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화감독 통해 본 혁신성향 실험 장르 차별화에 성공한 감독들… 새 분야 개척시도 많이하는 경향 차별화된 장르 갖지 못한 경우 실패 두려움에 점진적 변화 시도
상반된 견해도 있다. 기업이 기대한 것보다 상대적 성과가 줄면 오히려 생존에 위협을 받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작은 점진적 혁신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적 성과가 늘어날 경우 위험을 감수할 여유도 생기므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도현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감독들의 사회적 지위와 장르의 차별성 등이 작품 혁신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 이 주장을 실증했다.
두 교수는 1986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감독들이 새로운 영화를 제작할 때 과거와 얼마나 다른 장르를 선택하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다른 감독들과 차별화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들은 자신이 제작한 영화의 매출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할수록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등 급진적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감독과의 경쟁이 심하지 않으므로 생존에 대한 압박이 덜하고 매출 실적이 양호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차별화된 장르를 구축하지 못한 감독은 영화 실적이 좋더라도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업에도 대입해 볼 수 있다. 사업 모델이 남들로부터 차별화된 기업일수록 생존에 대한 압박이 덜하므로 급진적인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 반면 사회적 지위는 높지만 사업적으로 차별화되지 않은 기업은 오히려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즉, 급진적 혁신을 시도하고 싶다면 우선 생존을 걱정할 필요 없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