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전시 등 기념행사 잇달아
1921년 독일 바우하우스 바이마르에 입학한 페터 켈러가 디자인한 ‘칸딘스키 콘셉트의 요람’. 바우하우스 교수였던 추상화가의 선구자 바실리 칸딘스키로부터 영감을 받아 삼원색과 기하학적 형태를 지닌 요람을 디자인했다. 화려한 장식을 걷어낸 바우하우스의 심플한 형태는 지난 100년간 현대 디자인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금호미술관 제공
20세기 전에는 의자를 만드는 가장 보편적인 재료로 나무와 천이 전부였다. 그러나 20세기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는 혁신적인 재료를 쓴 의자가 등장했다. 바로 속이 빈 강철관이었다. 강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유연함까지 갖춘 의자는 디자인 혁신을 불러왔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쓰이던 캔틸레버(Cantilever·외팔보) 건축공법을 적용한 의자도 등장했다. 한글로 ‘ㄷ’ 자를 연상시키는 캔틸레버 의자는 ‘뒷다리 없는 의자’로도 안정적으로 떠받칠 수 있어서 공중에 뜬 것처럼 가볍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더 이상 의자에는 다리가 4개 또는 3개가 필요하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3대 교장이었던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캔틸레버 안락의자’. 뒷받침이 없는 유려한 곡선미가 특징이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약 14년 동안 독일에서 지속됐던 예술학교. 제1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더 나은 생활을 꿈꿨으며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해 산업시대를 내다본 대량생산을 모색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철학으로 단순하지만 기능에 충실한 명품 디자인은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다.
금속, 직물,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자극했던 바우하우스의 총체적인 놀이 무대 워크숍.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음 달 7일 개막하는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주한 독일문화원과 독일의 후원을 받은 ‘Imaginista’ 전시가 열린다. 바우하우스 창시자인 발터 그로피우스가 디자인한 바우하우스 데사우의 축소모형인 ‘타이니 바우하우스’ 구조물이 설치되고, 지난 100년 동안 바우하우스 철학이 세계 각국으로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살펴본다. 또한 크리에이터 14명이 바우하우스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선보인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