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판결서 비롯된 韓日갈등… 경제·안보로 확전은 국가적 위기 ‘법조인 올림픽’ IBA 서울 총회, 일본 변호사도 200여 명 참석 양국 변호사 진솔한 토론 통해 ‘솔로몬의 해법’ 제안하기를 기대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변호사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한의 핵 위협보다 일본과의 전쟁을 먼저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느 모로 보나 국가 위기 수준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마침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세계변호사협회(IBA·The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의 2019년 연차 총회가 열린다. IBA는 전 세계 170여 국가의 변호사협회, 로펌 등 법률단체와 법조인 8만여 명이 회원인 세계 최대 규모의 법조단체다. 매년 가을 각 대륙에서 번갈아가며 연차 총회를 개최하는데 세계 각국의 변호사 대표들과 법조단체 간부들이 대거 참석해 명실상부한 ‘법조인 올림픽’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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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 변호사들도 참석한다. 최근까지 약 200명의 일본 변호사들이 서울 총회에 참석하겠다며 등록을 마쳤다. 한일 통상 마찰과 분쟁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를 주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일본 변호사들의 참석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최근 일본 변호사연합회장을 만나 더 많은 일본 변호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웃한 국가 사이에 분쟁이 있고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대화를 단절하고 지내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다양한 창구를 열어놓고 협상과 대화는 계속 이어가야 한다.
더구나 최근 한일 갈등의 발단은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그에 따른 강제집행이라는 법률적 이슈에서 비롯됐다. 변호사들은 근본적으로 법률 전문가여서 국가 이익에 경도돼, 법리로 합리화할 수 없는 수준의 억지를 부리지 못한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장이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국가 간의 협약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주장을 비판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일 양국의 법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한 토론을 하다 보면 모두가 만족할 ‘솔로몬의 해법’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북한 변호사들이 올지도 관심사다. 대한변협이 북한 측에 공문으로 참석을 요청했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호라시우 네투 IBA 회장까지 나서서 북한 변호사들을 독려하고 있다니 모쪼록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IBA 서울 총회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변호사 출신인 현직 대통령이 세계의 법조인들 앞에서 법치주의 확립과 인권 보장을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을 알리는 것은 의미가 크다. 변호사의 시대적 소명과 역할을 제시해 준다면 그 또한 법치주의 발전에 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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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변호사는 싸움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좋아하는 족속이다. 대한민국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검은 양복을 입은 전 세계의 ‘나쁜 이웃’들이 서울에 모이는 것은 변호사가 아니어도 한 번쯤 관심을 갖고 구경할 만한 장관(壯觀)일 것이다. 이번 서울 총회가 한일 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로 경색된 남북문제를 푸는 데 긍정적인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