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불매운동 바람에 고심… 용품 후원 계약도 고려해야 美브랜드, 알고 보면 일본산
“10년 넘게 손에 익은 글러브를 당장 바꾸라고 하기가 쉽지 않죠.”
최근 한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고민에 빠졌다.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선수들이 사용하는 야구 용품 상당수가 ‘메이드 인 저팬(Made in Japan)’이기 때문이다. 구단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교체를 권해 봤지만 선수들은 난색을 표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고 교체를 생각해 보겠다는 선수들은 있다. 하지만 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시즌 중에는 쉽지 않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체가 어려운 제품은 글러브다. 방망이나 장갑, 보호대 등은 비교적 적응이 수월해 국산이나 미국산 등으로 교체가 가능하지만 글러브는 손에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처음 사용한 브랜드를 고수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글러브 업체들은 유망주들을 일찌감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후원 경쟁도 불사한다.
배드민턴, 테니스 라켓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배드민턴은 국내 엘리트 선수들의 60% 이상이 일본의 ‘Y사’ 라켓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의 손’이라 할 수 있는 라켓은 선수들이 길이, 무게, 탄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야구 글러브와 마찬가지로 교체가 쉽지 않다. 한 배드민턴 실업팀 관계자는 “선수들 대부분이 유소년 때부터 사용한 브랜드를 그대로 쓰고 있다. 게다가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용품사와의 후원 계약과도 얽혀 있기 때문에 더욱 바꾸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