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재팬’ 불매운동의 열기가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일본계 카메라 업체들의 하반기 사업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니콘이미징코리아, 소니코리아 등 일본 카메라 기업의 국내법인들이 하반기 신제품 출시 일정 조율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초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 후 시작된 불매운동을 의식해 일본 카메라 업체들은 성수기인 여름휴가철 프로모션도 포기한 채 추이를 관망해왔다. 국내 카메라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불매운동 초기만 해도 사태가 진정되길 조심스레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당장 마땅한 대체제가 없고 각 브랜드에 대한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실제 여파가 크지 않으리란 전망도 있었다.
◇신제품 내놓고도 대놓고 홍보 못해…출시일정도 ‘미정’
소니코리아가 불매운동 시작 후 내놓은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 신제품 ‘RX100 VII’.(소니코리아 제공)
하지만 소니코리아는 불매운동 분위기를 의식해 이번 신제품을 사전예약도 없이 조용히 시장에 내놨다. 또 지난 7월 본사에서 공개한 6100만 화소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 ‘A7R IV’는 일본 시장에 9월9일 출시한다고 발표했지만 국내에선 출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정품등록 외에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이벤트나 프로모션은 현재 예정된 게 없다”며 “하반기 신제품 출시도 확정된 일정이 없다”고 말했다.
캐논 ‘파워샷 G7 X Mark Ⅲ’.(캐논 제공)
캐논은 지난 5월 국내에서 열린 카메라 전시회 ‘서울국제사진영상전’(P&I 2019)에서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종사자들을 상대로 열띤 홍보전을 펼친 바 있으나, 현재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인 미디어 시장은 스마트폰에 밀려 침체일로를 겪던 카메라 업계가 오랜만에 찾은 활로였지만, 이번 불매운동 여파로 적극적인 확장에 나서지 못해 답답해진 상황이다.
일본 본사가 전범기업 미쓰비시공업의 계열사로 알려진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외부 홍보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숨을 죽인 모습이다. 지난 4월 니콘이미징코리아는 2006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대표이사인 정해환 대표를 선임하고 본격적인 국내 사업 다각화에 나섰으나 불매운동으로 제동이 걸렸다. 특히 최근 니콘은 2012년 자사 전시공간 ‘니콘살롱’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담은 사진 전시를 거부한 사건 등이 재조명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카메라 업체 ‘공백’ 파고드는 독일 명품 라이카
‘라이카 코리아 청담’ 매장 전경.(라이카 카메라 코리아 제공)
이와 함께 최근 영화배우 류준열, 가수 이효리 등 인기 연예인들이 방송에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하는 모습들을 비추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또 라이카는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BTS)의 콜라보레이션 캐릭터 ‘BT21’을 입힌 즉석카메라 ‘BT21 라이카 소포트’를 한정판으로 내놓기도 했다.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카메라 업체들에게 한일 관계는 늘 품고 있던 리스크였지만 이번처럼 장기화된 적은 없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 소비자들이 모두 옮겨가진 않아도 구매를 미루거나 다른 대안을 찾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