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경우가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그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상공부 장관에 임명돼 교수직을 사임했다. 한 전 총리는 교수직 사임 후 대통령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김영삼 정부), 외교통상부 장관(김대중 정부), 국무총리(이명박 정부) 등 역대 정권에서 중요한 임명직을 두루 역임했다.
2017년 별세한 박세일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1994년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에 임명되자 서울대 법대 교수를 그만뒀다. 그는 공직을 마무리한 2000년 법대가 아니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복귀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이 됐다가 이듬해 행정수도 이전 법안이 통과된 데 반발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학교로 돌아왔다. 그는 2011년 정치활동을 위해 다시 교수직을 사퇴했다.
대학교수가 자리를 버리고 선출직이나 임명직 공무원을 전업으로 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년과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업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대에서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낸 뒤 2013년 스스로 명예퇴직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사례가 회자됐다. 당시 대학에서는 이 의원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정년을 4년 남기고 퇴직했는데 2, 3년 외부에 있다가 복귀해서 강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휴직을 더 하는 것도 우습고 교수생활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퇴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의원의 교수 연봉은 1억 원대 중반 정도. 그는 “한창 나이대의 교수들에게 나처럼 퇴직하라고 권유하진 못하겠다”면서도 “최소한 학생들을 위해 학기 도중에 복직하거나 퇴직하는 일은 자제하고 한 학기 정도는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