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미친 사랑의 서/섀넌 매케나 슈미트, 조니 렌던 지음·허형은 옮김/416쪽·1만5800원·문학동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는 평생 아내와 앙숙처럼 싸우며 지냈다. 오죽했으면 헤밍웨이에게 스콧이 “내 사이즈 때문에 어떤 여자도 만족시켜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털어놨을까. 파리의 레스토랑에서 이 고민을 들은 헤밍웨이는 스콧을 화장실로 데려가 확인(?)한 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젤다(아내)가 미친 여자”라고 토닥여 줬다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세련된 화려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다.
저널리스트인 두 저자는 전작 ‘소설기행’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 이 책을 쓰게 됐다. 소설기행은 역사적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를 모은 책이다. 작가들과 얽힌 장소나 개인사를 추적하던 두 사람은 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연애와 결혼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 이야기들은 ‘사랑과 전쟁’ 못지않은 “지어낼 수도 없고, 지어내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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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문학가들의 방탕한 성 관념을 비판하거나 예술가에게 관대한 태도를 지적하는 선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101명의 세계적 작가들과 그 연인의 삶, 사랑에 관한 사실만을 나열한다. 문학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깨뜨리지 않고 싶은 독자라면 마음을 굳게 먹고 책장을 넘겨야 할 듯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