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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에 ‘무한 인내’ 보여주는 한국…미국의 레드라인은?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입력 | 2019-08-09 14:04:00



Q. 북한은 6월 판문점 정상회동 이후에도 수차례나 이스칸데르 급으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대구경방사포를 발사하며 신형 무기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단거리 미사일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의 안보 강화와 도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레드라인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합니다.

정유진 숙명여대 경영학부 17학번


A. 현재 우리가 당면한 안보 딜레마를 잘 지적해주는 좋은 질문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핑계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대화를 견인하기 위해 인내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 측의 인내는 다시 북한에게 새로운 도발의 명분을 제공합니다. ‘어차피 한국과 미국이 비난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이참에 무기체계 성능이나 시험해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거든요. 따라서 어느 순간을 레드 라인으로 삼고 다시 북한에게 압박을 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은 왜 지금 대화를 기피하며 군사도발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먼저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도발에는 네 가지 목적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며 한국과 미국이 훈련의 수위를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연합군사훈련과 한미동맹 약화를 목표로 하는 전통적인 협상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은 연합군사훈련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비난해 왔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 측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훈련의 규모를 줄이고 내용을 조정해도 무조건적으로 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에게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비핵화 협상의 성과, 즉, ‘북한이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실험도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역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김정은이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접근인데, 지금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만 12월이 지나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거죠. 따라서 지금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12월이 지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에 제재 완화까지 포함된 대안을 가져오라는 압박입니다.

셋째,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남북대화를 원하면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말고 북한이 원하는 협상안을 가지고 오도록 미국을 설득하라는 겁니다. 최근 들어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하고 미국으로부터 F35와 같은 첨단무기를 구매하는 데 대한 일종의 불만 표현입니다. 하지만 북한 역시 첨단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계속해서 개발해 왔고 연합군사훈련을 핑계로 시험을 하고 있으면서 우리군의 전력 증강을 문제 삼는 것은 억지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의 대남 비난 배경에는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한 불만이 담겨있다고 봅니다. 사실 작년 9월 19일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부터 한미 비핵화 워킹그룹이 만들어지면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제재완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측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 시점부터 북한이 한국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연합군사훈련을 핑계로 북한은 그간 개발해 온 무기체계의 성능평가와 실전배치를 준비하는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꾸준히 한국군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해 왔고 그 성능을 테스트할 기회를 준비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을 의식해서 작년보다 훈련 규모를 줄이고 이름도 붙이지 않고 있음에도, 북한은 이를 계속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신형 무기체계를 실험하고 있는 거죠. 사실 북한이 하는 무기체계 성능테스트를 보면 우리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저고도 변칙기동이 포함된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의 동부와 서부지역을 옮겨가면서 발사를 함으로써 우리의 정찰활동을 무력화 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군이 북한군의 무력도발 시 조기에 제압하는 ‘킬 체인’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과 한국의 정부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요. 여기에는 약간의 차이가 목격됩니다. 먼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신의 대북정책의 성과가 무산될까봐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 본토와는 무관한 위협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평가절하를 하고 있는 거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대화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연계시켜 추가제재를 할 경우 북한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미국을 비난하게 될 겁니다. 이 경우에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를 곤란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의 판을 깨는 것보다는 대화를 이어가며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의 경우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비난하면, 북측이 우리와의 대화를 거절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이 웬만한 도발을 하더라도 이를 인내하며 새로운 대화의 기회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접근에 반대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필요하면 언제든 대화로 돌아오고 자신들이 필요하면 언제든 대화의 판을 깨왔습니다. 이런 북한을 상대하는 방법은 그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준대로 한반도 평화에 실질적인 기여가 되면 수용하고 방해가 되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미국과 달리 이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도발은 우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북한 도발에 대한 규탄과 중단 요구를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정부는 북한에 무한 인내를 보여주며 대화로 복귀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레드라인은 어디일까요. 그것은 이미 언급한 대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도 더 이상 자신의 대북정책이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레드라인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고 봐야 하고, 이 경우 새로운 대북제재를 유엔 차원에서 통과시키거나 더욱 강력한 대북 압박으로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군사적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구요.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년 넘게 추진해 온 대북정책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더욱 더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겉보기에는 비핵화 합의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며 △북핵 폐기 이전에 제재 완화가 포함된 합의가 이루어져 △다음 단계의 비핵화를 유도할 수단이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미국은 제재 완화만큼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연계하겠다고 말해왔는데 앞으로 과연 지켜질지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당사국으로서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우리 정부의 레드라인은 어디일까요. 원칙적으로는 미국의 입장과 같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서 미국이 새로운 제재를 추진할 경우에는 이에 동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정부의 레드라인은 미국보다 더욱 유연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 해도, 미국이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지 않고 북한과 대화를 진행하려 한다면 이 역시 지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북한의 도발에도 침묵하고 어떠한 내용의 북미 합의도 존중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냉정하게 평가하면 우리 정부의 레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 비핵화 정책이 매우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우리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가능하면 핵을 보유한 채 대화를 이어가며 주변관계를 개선하려는 ‘북핵 평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기도를 차단하고 반드시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며 진짜 평화가 한반도에 도래하도록 만드는 ‘비핵 평화’ 전략을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의 각성과 보다 진지한 비핵 평화 노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