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 경제보복]소재-부품 국산화, 中企도 대기업도 어려움 호소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중소기업 한성기어는 지난달 중소기업기술정보원으로부터 이 같은 공문을 받았다. 2016년 9월 정부 국책사업으로 선정된 뒤 로봇 부품 ‘유성기어 감속장치’(감속기) 개발에 뛰어든 지 3년 만의 성과였다.
감속기는 로봇의 팔다리에 적용되는 일종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사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한성기어의 목표는 ‘완전 국산화’였기에 제품에 들어가는 특수 베어링까지 서울, 경기에 위치한 전문 설계 업체를 찾아다니며 제작에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직 판로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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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 “개발해도 판로 없다”
감속기 개발에 참여한 한성기어 임직원들은 처음부터 양산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업 간 거래(B2B)인 소재·부품 업계에서 수요처인 대기업과 생산처인 중소·중견기업의 입장 간극이 큰 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기업이 핵심 소재나 부품을 바꾸려면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테스트 및 불량 리스크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기업은 사람(Men), 재료(Material), 기계(Machine), 방법(Method)이라는 소위 ‘4M’을 계약 후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 변경하려면 반드시 고객사의 승인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고객사의 무리한 요구 등 적잖은 불이익을 피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4M을 바꾼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위험인 데다 납기일이나 품질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문제다. 대기업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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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테스트 베드 확대에 기대”
정부가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내놓은 소재·부품 산업 대책도 이 같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간극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면 대기업에 혜택을 준다는 취지다. 또 소재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실증 및 양산 테스트 베드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편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소재·부품 공장을 함께 지으면 수도권 산업단지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한 정책에 대해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연구개발 인력은 판교나 용인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으려 해 비수도권 소재 중소기업들이 고급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었다”며 “수도권 산업단지에 입주한다면 고급 인력을 뽑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테스트 베드를 일종의 소재·부품 개발 플랫폼으로 삼아 대기업, 중소기업, 학계 등이 함께 협력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계는 근본적인 기술력 강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3개 품목의 국산화 예상 기간은 3, 4년(42.9%)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일본 수출규제가 지속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최대 기간은 평균 6.7개월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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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서동일 dong@donga.com / 김호경·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