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길고 억센 수풀 사이로 빠진 공 앞에서 안병훈(28·CJ대한통운)은 고민을 거듭했다. 선두를 1타 차로 뒤쫓고 있던 파5 15번 홀. 여기서의 선택이 이날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안병훈이었다.
고민은 길어졌다. 공교롭게도 전날 티샷 실수로 비슷한 위치에서 1벌타를 받고 공을 빼낸 뒤 이 홀을 파로 막았던 안병훈은 캐디와 함께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벌타 플레이를 택했다. 전날처럼 1벌타를 받고서라도 정확한 핀 공략을 통해 이를 만회해보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3라운드와 달리 최종라운드의 행운은 안병훈을 따라주지 않았다. 3번째 아이언샷은 그린 왼쪽 러프로 향했고, 어프로치마저 컵을 멀리 외면하면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생애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이 다시 한번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2015~2016시즌 PGA 투어 데뷔 후 아직 우승이 없는 안병훈은 “15번 홀의 경우 드라이버가 이렇게 멀리 갈 줄 몰랐다. 운이 없었다. 클럽 선택도 잘못됐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포스턴의 생애 첫 우승으로 장식된 윈덤 챔피언십을 끝으로 PGA 투어는 정규 레이스를 마치고 8일부터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페덱스컵 포인트 1위 브룩스 켑카(29·미국)부터 125위 팻 페레즈(43·미국)까지 총 125명이 1차전 노던 트러스트와 2차전 BMW 챔피언십,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을 순서대로 펼친다. 한국 선수로는 23위 임성재(21)와 29위 강성훈(32), 45위 김시우(24), 57위 안병훈, 104위 이경훈(28)이 출격한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