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윤성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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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연속 10승이 중단된 지난해, 누군가는 그를 두고 끝났다고 했다. 강속구의 시대에 더 느려진 구속을 두고도 같은 시선이 이어졌다. 하지만 윤성환(38·삼성 라이온즈)은 여전히 마운드에 선 채 자신의 공을 묵묵히 던진다. 과거에 대한 자부심과 변화에 대한 노하우, 그리고 가을야구에 대한 갈증이 그를 지탱하고 있다.
1일까지 17경기에서 6승6패, 평균자책점 4.42. ‘왕조의 에이스’ 윤성환의 올 시즌 성적이다. 매년 10승 이상을 목표로 했던 그는 올해 7승을 목표로 잡았다. 7월 30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승을 챙긴 뒤 “1승만 더하면 나머지는 보너스”라고 밝혔을 만큼 한결 소박해졌다.
올 시즌 윤성환의 속구 평균구속은 132.4㎞에 불과하다. 지난해 24경기 5승9패로 부진했을 때의 135.8㎞보다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구속이 안 나오면 완급조절에 신경 쓰면 된다. 구속만 붙잡고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전성기 시절에도 윤성환의 구속은 리그 평균에 못 미쳤다. 느린 구속이 더 느려지는, 어찌 보면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상황. 하지만 윤성환은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엔 빨랐는데…’라는 생각에 매몰되면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 130㎞ 속구는 140㎞처럼 보이게 만들면 된다. 변화구와 완급조절이 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속구 구사율이 60%에 달했지만 이제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진다. 그렇게 윤성환은 변화를 택했다.
“어린 시절 정민철 선배(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를 보며 배운 게 많다. 정 선배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돌아온 뒤 구속이 느려졌다. 나야 원래 구속이 느렸지만, 그 선배는 강속구 투수였다. 혼란이 심했을 텐데 컨트롤로 그걸 극복했다. ‘저렇게 살아남는구나’라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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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의 에이스. 하지만 삼성의 포스트시즌 시계는 2015년에 멈춰있다. 윤성환은 “사실 포스트시즌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한국시리즈만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포스트시즌도 간절하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며 씁쓸해했다. 이어 그는 “이제 여름이다.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이를 악물었다. 후반기 질주로 삼성도 5강을 가시권에 뒀다. 왕조의 에이스는 다시 가을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대구|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