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서 1명 숨지고 2명 실종
구조 위해 터널 안으로… 119 구조대원들이 31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지하 배수터널에서 갑자기 불어난 빗물로 실종된 작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터널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7시 40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가로공원로를 거쳐 양천구 목동 공영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지하 배수터널에 빗물이 유입됐다. 빗물은 삽시간에 길이 3.6km의 지하터널을 채웠다. 지하 40m 깊이에 있는 배수터널 안에서 시설물을 점검하던 3명이 물살에 휩쓸렸다.
작업자 3명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2013년 5월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진행한 ‘신월 빗물 저류 배수시설 확충 공사’에 참여했던 하도급 업체와 시공사 직원들이었다. 2013년 5월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공사를 마친 뒤 7월 한 달 동안 시범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공사 후 터널 안에 남은 전선을 수거하기 위해 최근 하루에 한 번씩 터널 안을 점검했다고 한다. 이날도 오전 7시 10분 터널 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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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안에 직원들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구청 관계자들이 터널 입구를 수동으로 닫을 수도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작업자가 터널 안에 있다고 시공사로부터 통보받은 적 없다”고 했다. 발주처인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는 이날 오전 7시 31분 시운전 업체에, 오전 7시 38분에는 현대건설에 터널 입구가 열릴 것이라고 알렸다. 그런데 시공사 측은 터널 안에 작업자가 있다는 사실을 구나 시에 전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날 현장 공사팀장 역할을 맡았던 현대건설 직원 안 씨가 오전 7시 50분경 작업자 2명을 데리러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안 씨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흘 전 시범운전을 할 때 (터널 끝까지) 물이 도달하는 데 49분 정도 걸려 (인부들을 데리고) 충분히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터널 내부가 지하라서 작업자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공사의 ‘풍수해 대비 계획서’에는 ‘평시에도 비상 연락체계를 점검’ ‘강우 상황 파악해 터널 내 근로자 사전 대피’라고 적혀 있다. 경찰은 시공사 측이 폭우가 예상되는데도 배수터널 안 작업을 강행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5시 서울 지역에 이틀간 5∼4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한성희 기자
이소정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