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절 영국군 사령부였던 홍콩섬 옛 ‘프린스 웨일스’ 빌딩에 본부를 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육해공군 합쳐 6000여 명. 본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시내로 나올 때는 물론 내부에서도 가급적 군복을 입지 않을 정도로 로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중국 당국이 29일 군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홍콩 기본법에 관련 조항이 있다”고 답했다. 요청이 있으면 출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권력 공고화에 매진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강경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주눅 들지 않겠다는 태도다.
▷두 달째 이어지는 시위 현장에 과거 식민지 종주국 영국의 유니언잭이 입법원(의회)에 걸리더니 28일엔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등장했다. 영화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든 시민도 있었다. 중국이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홍콩에 국제사회가 힘을 보태 달라는 몸짓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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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교권인 싱가포르로의 이민이나 유학 등을 물색하는 홍콩인이 급증했다고 한다. 시민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송환법이나 폭력배들의 대낮 ‘백색 테러’만이 아닌 것 같다. 흐려져 가는 정체성과 불안한 미래 속에 추락하는 위상에 대한 자괴감이 부글부글 끓는데 경직된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가 기름을 부은 것은 아닐까.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